[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농식품부, 150%로 정해
정부 자금 지원받은 RPC
50%를 추가로 매입의무 가져

금리 급등에 RPC ‘전전긍긍’
110-120%로 완화 촉구
매입시기도 2개월 연장 요구

정부가 RPC(미곡종합처리장) 등에 지원하고 있는 벼 매입자금의 의무매입량을 조정하고, 매입시기도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확기 농가 벼 판로를 확보하고 산지 쌀 유통기능 활성화를 목적으로 벼 매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농림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올해 벼 매입자금 예산은 1조2308억원이며, 최소 13억원에서 최대 250억원 이내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지원조건은 연리 0~2%다.

또한 농식품부는 벼 매입자금의 사업 의무량, 즉 의무매입량을 150%로 정하고 있다. 의무매입에 필요한 자금 가운데 100%는 정부 지원액이고 25%는 자부담이며 나머지 25%는 수확기에 확보한 벼를 판매한 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RPC가 100억원의 벼 매입자금을 지원 받았다면 150억원 어치의 벼를 매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100억원은 정부의 매입자금으로 지원을 받고, 나머지 50억원은 수매한 벼를 판매하거나 담보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두고 현장에선 정부의 벼 매입자금 의무매입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말한다. 특히 올해와 같이 이자가 급등한 경우엔 문제가 심각해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였지만 현재는 3.25%로 세 배가 넘게 올랐다. 정부의 벼 매입자금을 지원받은 RPC들이 자체 자금을 조달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이자도 그만큼 급등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농협과 민간 RPC에선 벼 매입자금 의무매입량을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현행 150%의 의무매입량을 120%나 110%까지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 지역 농협 통합RPC 대표는 “올해 금리가 너무 올랐다. 금융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벼 매입자금 운영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RPC 관계자 역시 “민간은 농협보다 사정이 더 안 좋다. 정부의 벼 매입자금 의무매입량에 맞추려면 담보나 신용 대출이 불가피한데 지난해부터 누적된 적자로 담보 능력이 없어 (벼 매입자금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여기에 벼 매입기간의 연장도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현행 벼 매입자금으로 벼를 매입해야 하는 기간은 해당 연도의 12월까지다. 이 매입기간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올해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유례없는 신곡 물량 82만톤을 공공비축 및 시장격리하면서 농가 벼 매입 물량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어서다.

민간 RPC 관계자는 “정부 매입물량이 크게 늘었고, 쌀도 잘 팔리지 않아서 자금회전이 어렵다. 올해와 같이 자금회전이 어려운 시기엔 (벼 매입자금 집행기간을) 내년 2월말까지 연장해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지역 농협 통합RPC 대표는 “작년엔 벼 값이 높아 의무매입량을 맞추는 것이 가능했을지 몰라도 올해는 벼 값이 작년보다 떨어져 상대적으로 더 많은 벼를 매입해야 한다”며 “그러나 올해는 정부 매입 물량이 많아 벼를 내는 농가들이 별로 없다. 농가들이 정부의 공공비축이나 시장격리가 끝난 후에 농협에 벼를 내니까 이듬해 2월까지 벼 매입자금의 집행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기는 그렇다”면서도 “150% 의무매입량 완화와 매입기간 연장을 같이 검토하고 있다. 12월까지는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니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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