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김장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12월 1일 조사한 배추 20포기 기준 김장비용은 20만8820원. 지난해 12월 상순 김장비용 23만9342원보다 12.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는다는데 유독 김장 물가만 뒷걸음질 쳤다. 김장비용이 전년보다 낮아진 것은 주재료인 배춧값이 하락해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3포기 한 망에 2만원을 넘었던 배춧값은 이제 4000원대로 내려앉았다. 배추 한 포기당 1000원 남짓. 배춧값 폭등으로 김장 물가 상승을 우려하던 언론보도는 어디로 갔는지. 출하를 포기하고 배추밭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산지 소식만 들려온다.

배춧값 문제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주요 농산물 가격은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12월 첫째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농산물 주요품목 동향을 보면 느타리버섯과 방울토마토가 전년보다 40% 이상 하락했고, 시금치, 애호박, 배, 단감 등도 전년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환율 영향으로 수입 농산물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농산물값 하락 현상이 뚜렷하다. 재배면적이 늘어났거나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도 가격하락 현상의 요인으로 꼽힌다.

근교에서 쌈채소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얼마 전 요즘 채솟값이 왜 이렇게 떨어진 것이냐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면서 작목반 회의를 하면 치커리든 로메인이든 뭐든지 한 상자에 3000원만 넘게 받으면 ‘대박’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고 했다. 하루 매출이 15만원 넘기 힘들다는 말도 했다. 하루 인건비만 한 명당 15만원 가까이하니, 매일 매일 적자가 쌓이는 것은 물으나 마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부문에서 보합 또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신선식품지수가 전월 대비 8.0% 하락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소폭 낮췄다고 분석한다. 신선채소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도 2.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걱정이다. 출하 농산물값과 달리 생산비는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고, 경제평론가들이 말하는 내년도 경기 전망도 어둡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언급한 장바구니 물가는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이대로라면 농가 가계부는 적자가 쌓이는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김장철이 끝나고 한겨울로 접어든다. 농가 경제는 얼어붙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김관태 유통팀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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