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대한민국 대표팀 선전 속에 닭고기·유통업계에서도 치킨 등 닭고기 판매가 늘었다. 사진은 롯데마트가 대한민국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치킨 등 먹거리 2종을 출시해 홍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대한민국 대표팀 선전 속에 닭고기·유통업계에서도 치킨 등 닭고기 판매가 늘었다. 사진은 롯데마트가 대한민국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치킨 등 먹거리 2종을 출시해 홍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4년 만에 누리는 ‘월드컵 특수’
기대 이상 활약에 소비 급증
육계 가격도 상승세 이어져

소비 침체·과징금 등 악재 뚫고
닭고기자조금 4년 만에 재개 
산업 발전의 ‘마중물’ 기대 커


공정거래위원회의 육계업계에 대한 천문학적인 과징금(2000억 원) 부과에다 생산비 상승과 소비 침체, 수입 물량 확대 등 답답한 소식만 이어지던 닭고기업계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의 원정 16강을 이루는 등 국가대표 선전 속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월드컵 특수’가 형성됐다. 육계업계는 닭고기 소비 대목인 연말과 설 대목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고, 4년 만에 재개된 닭고기 자조금도 업계엔 긍정적인 소식으로 읽힌다. 

육계업계에 따르면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닭고기 소비엔 늘 희소식이었다. 통상 한 달가량 이어지는 월드컵은 치킨 등 닭고기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월드컵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예년 월드컵과 달리 거리 응원 등에 제약이 있는 겨울철 월드컵이 열렸고 코로나19로 인해 대표팀 경기가 자주 열리지 않은 데다, 월드컵 전 대표팀 성적도 좋지 않아 월드컵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158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10·29(이태원) 참사로 인한 추모 분위기도 이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월드컵이라는 특수한 상황임에도 11월 육계 도축은 6902~7149만 마리(한국농촌경제연구원 11월 육계관측)로 추정되며 지난해 대비 2.0%, 평년과 비교해선 7.2% 감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생산비 상승과 소비 부진으로 10월 병아리 입식 마릿수가 감소했기 때문이자 육계업계가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올 하반기부터 할당관세로 늘어난 수입산 닭고기도 육계업계엔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입 닭고기는 지난해 1~10월 2만9745톤에서 올해엔 두 배 가까운 5만2601톤까지 물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본격적으로 개막되고 우리 대표팀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의 선전 등 이변 속에 매 경기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지자 닭고기 소비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 10월 육계 산지가격은 1511원(축산물품질평가원, 생계유통 대)으로 지난해 10월 1841원보다 18%가량 낮게 형성됐지만, 11월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월드컵 개막 이후 이 흐름은 더 가팔라졌다. 11월 들어 1~15일 육계 가격은 1810원에서, 16~30일(월드컵 개막 21일)은 2041원까지 올랐다. 12월 들어서도 1일 2300원, 2일 2400원 등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 A사는 “월드컵 기간 주문 물량이 네다섯 배 치솟았다. 솔직히 월드컵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 홍보도 예년보다 덜 했는데, 월드컵이 흥미 있게 진행되다 보니 매출이 크게 신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계업계에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다 치솟은 생산비, 계속되는 소비 침체, 급증한 수입산, 화물연대 파업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킥오프된 월드컵이 침체된 닭고기산업을 살릴 모멘텀이 돼 닭고기 소비 대목인 연말까지 이 흐름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브라질 16강 전(6일 새벽 4시)이 열리기 전날인 5일 오후 2시경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 치킨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치킨을 고르고 있다. 5일은 평일이자 월요일이었음에도 마트 측은 상당한 양의 치킨을 준비하며 월드컵 붐을 기대했다.

육계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생산비 상승, 화물연대 파업, 수입산 증가 등 각종 악재가 육계업계를 감싸고 있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월드컵에서 대표팀 선전과 아시아 국가 선전 등 매 경기 이슈로 닭고기 소비가 월드컵 특수를 타고 있다. 이 분위기가 연말과 내년 설 대목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며 “그동안 육계업계에선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형성으로 시름을 앓았는데, 시세가 제대로 받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가격 상승에도 워낙 생산비가 치솟은 상황으로 닭고기 가격은 계속 지지가 돼야 한다. 자칫 닭고기 가격이 높다는 식의 여론으로 소비력을 떨어트리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4년 만에 재개된 닭고기 자조금도 닭고기업계엔 긍정적인 신호다. 9월 도계 분부터 닭고기 자조금 거출이 재개됐고, 계열사 농가 70~80%가 자조금 거출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막 재개돼 아직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상황이지만, 닭고기업계에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거출되면 자조금이 닭고기산업의 마중물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닭고기업계 한 관계자는 “비 온 뒤 땅이 굳듯 자조금이 이제는 제대로 자리 잡혀야 한다. 자조금은 닭고기산업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돼야 하고 꼭 필요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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