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소비자 ‘건강’에 민감…면역력 등 관심
집에서 시간 보내고 최고급 농산물 주목
식테크 등 부업시장 확대 대비해 볼만

이번 경제 위기는 볼수록 공포스럽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와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동시에 온 것 같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러시아 전쟁, 미·중간 분쟁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유리 위를 걷는 것 같이 불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지방자치단체가 일으킨 문제가 국내 채권시장을 붕괴시켰다. 때문에 기업들의 돈줄이 막혔다. 많은 개인은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경제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있다.

문제는 초유의 경제위기임은 분명하나 너무 빨리 진행되어 체감을 못하는 국민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마치 손가락을 바늘에 찔린 것을 눈은 보았는데, 그 고통이 뇌까지 전달되지 않은 상황같다. 큰 기업들은 이미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금을 확보하고 신규 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준비한다. 한 중견 건설사는 65%의 이자를 주고 현금을 확보할 정도다.

지진이 나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뭐지?’하면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면 쓰나미에 쓸려갈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경제위기 대응 준비가 필요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난 30년간 2번의 경제위기를 겪었던 노하우가 있고, 소비자의 행동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예측하는 방법이 많이 발전해 있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충분히 예견하고, 이에 대한 농업의 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불황에서 소비자들의 농식품 소비 행동 변화는 4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키워드는 건강이다. 지난 두 차례 불황 때도 건강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고 관련 소비는 늘어났다. 특히 불황기에는 기업에서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감축되기에 살아남은 자들의 업무량이 폭증한다. 이에 따라 피로를 풀어주는 건강관련 식품들, 면역력을 강화하는 식품 소비가 늘어났다. 피로하거나 아파서 회사일을 못하면 바로 해고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오해하지 말 것은 병을 치료하는 건강기능식품의 시장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피로회복과 면역력(질병예방)의 시장만 커졌다.

두 번째 키워드는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한다. 돈이 없기에 밖에서 무엇을 하기 어려워지고 집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된다. 덕분에 요리를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경우 요리를 통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는 국산농산물 판매에 있어서는 좋은 기회다. 집에서 요리할 때 수입 농산물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산 농산물 요리 콘텐츠 등을 개발해서 SNS 등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기가 좋았을 때는 가격이 비싸도 손질 채소가 인기지만, 돈이 없고 시간이 많아진 상황에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손질 채소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양극화이다. 이번에도 고금리, 부동산 가격 폭락 등으로 많은 분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겠지만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분들은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항상 그랬듯이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다. 다만, 지난 경제 위기때 보다 양극화에서 상위계층으로 분류되는 분들의 숫자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반적인 고급 보다는 최고급을 지향하는 농산물들에 대한 수요만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부업의 성장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는 부업으로 ‘대리운전’이 본격화 되었고,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에는 한국에서 부업으로 다단계 산업이 급격히 발전했다. 이번에도 부업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농업과 관련된 부업은 스마트 스토어, 그리고 식테크로 불리우는 희귀식물로 돈을 버는 부업 등이 활성화 되고 있다. 스마트 스토어를 부업으로 해서 월 200만~300만원의 수익을 버는 사람들은 이제 흔해졌고, 한 대학생은 목스테라, 안스리움 등의 식물을 집안에서 키워서 월 800만원을 번다고 유명해 지기도 했다. 이 두가지 부업 모두 농업에는 큰 기회다. 스마트 스토어 유통 활성화도 전체 농산물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식테크의 경우도 기초 식물을 납품하는 농가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렇게 식테크로 재미를 붙인 청년들은 귀농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도 활성화가 필요하다.

경제 한파가 거세게 밀어닥치고 있다. 한파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만일 내가 겨울 옷 장사라면 한파를 환영할 것이다. 이번 공포스러울 정도의 경제 한파도 준비만 잘한다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건강, 집안에서 시간보내기, 양극화, 부업 트렌드를 읽고 미리 준비해서 우리 농가들이 이번 경제 위기를 위기가 아닌 큰 기회로 삼아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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