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산지 쌀값이 상승요인이 있음에도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어 수확기 농민들의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kg 정곡 기준 11월 5일 산지 쌀값은 4만6869원이다. 올해 산 신곡 가격이 반영된 산지 쌀값은 10월 5일 4만7145원을 기록하며, 가격 상승의 기대감을 높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세 번의 발표에서 하락세만 크지 않을 뿐 기대에 못 미쳤다. 물론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락폭이 적지만 올해는 여건이 다르다. 총 네 차례의 걸쳐 2021년 구곡을 시장격리했고, 공공비축 물량 추가에 더해 신곡 시장격리도 조속히 발표되면서 산지 쌀값 상승을 견인할 요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도 전년 388만2000톤에 비해 3%가 적은 376만4000톤이다.

그럼에도 산지 쌀값이 현 수준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소비지에서 올해 산 쌀값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느낌이다. 올해 볏값이 쌀값에 반영되려면 아마 11월 중순이나 12월 초순은 돼야 될 것 같다”라는 것이 현장의 얘기다. 다시 말해 소비지 시장이 수확기에 오른 쌀값을 받아들이는 시점이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아직 남아 있는 구곡 판매가격이 3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산 신곡을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또 민간에서 예전처럼 물량을 대단위로 매입하지 않는 것도 쌀값 정체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작년부터 적자가 누적되면서 매입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쌀값 상승이 주춤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단연 농민들이다. 농민들이 올해 받는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매입가격은 10월부터 12월까지 발표되는 통계청의 9번의 산지 쌀값 평균가격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쌀값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올해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매입가격은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역농협이 쌀 판매가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금은 올해 최종 수매가격 결정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면서, 정부 매입물량의 농민 수취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이다. 지금처럼 쌀값이 정체돼 있으면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한다는 ‘조바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역시 조합원인 농민들의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떨어진 쌀값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역농협과 RPC를 걱정하는 것도 농민의 소득감소와 모두 연계된다. 가격을 무기로 출혈 경쟁을 한다면 이는 조합원인 농민의 출혈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당장의 손익을 걱정하기보단 조합원이 생산한 쌀을 어떻게 잘 팔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지난해 전국의 농협이 매입한 쌀은 국내 생산량의 약 49%에 해당된다. 가격경쟁으로 제살을 깎기보단 농협의 쌀 판매전략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김영민 농정팀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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