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지난 9일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제5차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농식품부가 갑자기 2023년 사업 수정 예산안을 제시, 관리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9일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제5차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농식품부가 갑자기 2023년 사업 수정 예산안을 제시, 관리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2023년 사업 수정 예산안
소비촉진 관련 예산확보 위해
다른 사업 예산 줄줄이 삭감

한우 먹는 날, 80% 줄이고
맛체험 80%·이유식 50% 감액  
유통사 판매지원 3배 책정
저등급 판매촉진은 9배 늘려

“수차례 회의 땐 의견 안내고…”
사업 승인권 내세워 ‘손질 논란’ 

2023년 한우자조금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한우자조금 소비촉진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다른 사업 예산을 줄줄이 삭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업별로 전액 삭감 또는 50~80% 줄인 정부안대로 사업예산을 수정하면 일부 사업은 사실상 사업 수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한우업계에서는 농식품부가 자조금 사업 승인 권한을 내세워 정부 의도대로 한우자조금 사업을 끌고 가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1월 9일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2022년 제5차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한기웅 관리위원은 “오늘 회의는 내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소위원회에서 고민해서 만든 사업계획서와 예산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하지만 농식품부가 오늘 회의를 열기 이틀 전에 소비촉진 중심의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며 수정 예산안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식품부가 한우자조금 사무국에 지난 7일 발송한 ‘2023년 한우자조금 사업계획 및 예산(안)에 대한 세부의견’이 담긴 문서에 따르면 소비촉진 예산확보를 위해 불요불급한 사업은 대폭 조정하겠다는 의견과 함께 시급성이 낮은 소비홍보사업 등에 대해선 2022년 대비 50~80% 수준 감액, 회의성·행사성 예산은 전액 감액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 사업은 16억2300만 원에서 무려 80%(12억9800만 원) 줄인 3억2500만 원을 의견으로 제출했다.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 사업은 소비자들에게 한우고기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올해 16억2300만 원을 편성했다. 한우맛체험과 한우이유식지원사업도 각각 80%, 50% 감액한 1억6900만 원, 1억900만 원을 예산으로 책정했고 한우바이어대회 예산(4700만 원)은 전액 삭감했다. 소비자체험교육지원사업도 80% 감소한 2600만 원, 한우유통투명화정보제공사업은 3억700만 원을 줄인 7700만 원을 편성했다. 정부안을 정리하면 27개 사업이 최소 50%에서 최대 100%까지 삭감, 사실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반면 유통사판매지원사업은 31억4200만 원을 제출했지만 68억5800만 원을 증액해 100억 원을 책정했고 5700만 원에 불과한 저등급(저지방) 한우소비촉진사업은 무려 9배 늘린 49억4300만 원을 편성했다. 수급안정적립금도 7억9000만 원에서 8억2800만 원 증액한 16억1700만 원으로 책정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3개 사업 예산은 당초 예산안 보다 126억2900만 원이 증액됐다.

9일 열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에서는 농식품부가 갑작스럽게 이 같은 예산 편성 의견을 제출한 것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2023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 수립을 위해 세 차례에 걸친 소위원회와 1번의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농식품부는 아무런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혁 관리위원은 “지금까지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수립하기 위해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정부가 한우산업 안정을 위한 의지가 있었다면 앞선 회의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했어야 한다. 즉흥적으로 농식품부가 처리하고 있고 농가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민경천 위원장도 “한우가격을 유지하려면 정부 예산을 조금이라도 투입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이미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소비촉진 관련 사업들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관리위원들의 지적에 이날 관리위원으로 참석한 김정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한우가격 하락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내년 예산에 소비촉진 중심으로, 즉 유통과 소비 관련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소비와 유통을 활성화시켜 공판장과 도매시장 등에서 활발하게 유통돼야 도매가격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조금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당장 올리긴 어렵지만 적극적으로 내부에서 건의해 국비를 추가로 받아와 한우산업 안정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농식품부 해명에도 이날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는 정부안이 반영되지 않았고 일부 예산안이 수정돼 통과됐다. 해당 사업계획 및 예산안은 오는 29일 예정된 한우자조금 대의원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대의원회를 통과한 2023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농식품부가 자조금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9일 관리위원회와 29일 대의원회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가 해당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라며 “이미 사업계획안에 소비촉진과 소비홍보 등 소비 활성화 관련 사업이 충분히 들어있는데 갑작스럽게 소비촉진을 내세워 관련 예산 증액을 요청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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