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모 /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사라진 농촌학교, 정치적 선택의 결과
지역마다 농촌학교 살리기 노력 활발
농촌재생·활력을 위한 중점과제로 주목 

농촌에서 ‘학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상징합니다. 아이들이 배우고 뛰어 놀고 웃음이 넘쳐나는 ‘농촌학교’는 마을과 학교, 주민과 아이들, 주민과 주민을 이어주는 핵심거점입니다. 그래서 그 자체로 지역의 ‘활력’을 대표합니다. 사람이 떠나고 어르신들만 남은 농촌에서 아이들을 찾기 어렵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농촌학교’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과 같습니다.

농촌학교가 문을 닫는 것이 과연 당연한 것일까요? 여기 강원도 어느 초등학교 사례를 소개합니다. 올해 화천군의 어느 초등학교는 학생수가 10명 이하로 분류되어 통폐합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이 나서 반대하였습니다. 강원도의회는 그 요청을 수렴하여 폐교 시점을 1년 유예했습니다. 주민들은 신입생 유치와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지역사회와 연대해 나갈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폐교 기준이 되더라도 바로 학교 문을 닫지 말자는 방안이 제안되었습니다. 2~3년 휴교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지역이 여러 노력을 기울여 학생이 늘어나면, 다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이어가자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학생수를 기준으로 폐교를 결정합니다. 그 과정이 ‘기계적’이라는 비판이 큽니다. 사실 폐교를 정하는 학생수는 사회적 의견의 ‘균형점’에 따른 결정입니다. 기준 학생수가 15명에서 10명으로 낮춰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촌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결국 ‘정치적 선택’의 결과인 셈입니다. 폐교 기준을 정하는 것, 폐교 시점을 유예하는 것 등은 우리 사회가 정치적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여러 지역에서 농촌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대표 정책으로 꼽습니다. 전라남도는 농산어촌 유학의 대표 지역이 되었습니다. 2020년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자지단체 공동으로 서울 아이들의 농촌학교 유학을 추진했습니다. 조례와 지침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유학 아이의 가족이 생활할 공간을 여러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가족체류형 주택·농가·유학센터 등). 유학생을 받는 시·군은 유학 경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농촌마을에는 체험활동·마을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시행 첫해(2020년) 82명의 아이들이 왔습니다. 지난해는 4배(165명)로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304명입니다. 유학을 연장하겠다고 희망하는 학생이 55.8%나 됩니다. 가족이 함께 오니 인구도 늘었습니다. 올해에만 학부모 162명이 전입했습니다. 국토부-교육부 연계사업으로 작은학교 살리기 연계 주거플랫폼(임대주택·커뮤니티센터 등)도 조성할 예정입니다.

전라북도도 민선 8기 시작을 앞두고 농산어촌 유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전라북도-도교육청이 ‘교육협력’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농산어촌 유학을 추진했습니다. 2학기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1년 단위 전학을 농촌유학 협력학교가 맡아서 합니다. 협동학습·생태학습의 교육활동은 농산어촌유학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다시 농촌학교 사라짐이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는 말에 주목합니다. 이는 ‘농촌학교 유지’의 근거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물론 농촌학교는 아이들의 좋은 교육을 책임지는 곳입니다. 한편으로 지역 사회의 중심입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주민의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맺어지는 거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영역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농촌재생’의 관점에서 학교 유지의 필요성과 근거를 더욱 강조해야 합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마을 황폐화를 심화시킨다’는 어느 농촌마을 이장님의 목소리는 이를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농촌재생 방식으로 농촌학교 살리기를 위해서는 ‘마을교육(마을학교)공동체’가 중요합니다. 농산어촌 유학을 보면 마을과 학교가 어떻게 결합하여 서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마을 사람이 하는 교육, 마을의 콘텐츠를 가지고 진행하는 교육, 학생이 마을로 나와 참여하는 교육, 그래서 마을의 교육기능을 강화하고 사회적 관계를 두텁게 하는 것(김정섭, 2021)’이 중요합니다.

학교가 있어야 농촌재생이 가능합니다. 학교 없는 곳에 자녀를 둔 어떤 청년이 살고 싶어 하겠습니까? ‘예정 학령인구(0~4세)’와 25세~40세 미만 인구 비율로 산정하는 것이 ‘차세대재생지수’입니다. 이 지수에서 재생가능성이 높은 여러 지역이 ‘지방소멸지수’에서는 소멸위험 지역입니다.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집니다.

‘아이를 키우고 살아갈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농촌재생과 활력의 중점과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농촌학교 살리기’입니다. 현장의 의미있는 실천 사례와 결과가 사회적 여론을 만들고 정책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정책 결정의 상황과 여건을 바꾸어 내는 앞으로의 과정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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