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얼마 전 지인과 식사를 하다가 요즘 자영업자들이 왜 폐업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뉴스와 유튜브에서 보고 들은 비루한 경제 지식을 동원해 겨우 꺼낸 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등이었다. 

그러자 지인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코웃음을 치며 ‘인력난’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인은 서울 도심의 한 수제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데, 월급 3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도 모두 30대로, 20대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인구가 밀집돼 있고 기반 시설을 부족함 없이 갖추고 있는 서울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자영업자들이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고령화와 인구감소, 기반 시설이 부족한 농업·농촌은 사람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실제로 최근에 방문한 인삼 수확 현장에서도 가장 큰 화두는 ‘인력난’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이 막히며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인건비와 인력난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매년 20% 이상 일당이 상승했고, 비싼 일당을 주고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지역의 인력사무소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춰야 하는 게 농업인의 일상이 됐다. 

게다가 지난해 시민단체와 언론으로부터 집중 화살을 맞은 이후 농장주가 외국인 노동자의 숙소까지 해결해줘야 함에 따라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이 아닌, 모시는 처지가 돼 버린 게 농업·농촌의 현실이다.

정부와 농협이 나서서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공급이 꽉 막힌 인력시장 문제는 그 누구도 쉽게 풀 수 없다는 게 농업인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력난 때문에 최근에 만난 6년근 인삼을 재배하는 농업인은 대를 이어 지켜온 인삼 농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마음 졸이며 인력사무소에 부탁하는 것도, 훌쩍 올라버린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 모두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인력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 모두가 먼 미래의 일처럼 대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다. 이미 늦어버린 인력 문제에 대해 정부는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내 대안을 찾고, 농업인에게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농업인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란다. 

안형준 식품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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