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조사료 가격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구하기도 쉽지 않다. 여전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국내외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도 본격적인 벼 수확시기를 맞으면서 농가들의 조사료 확보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의아스런 점이 있다. 바로 가격 인상폭이다. 축산 농가들은 국산 조사료 가격 인상폭이 수입 조사료 인상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고 주장한다. 실제 농가들의 사용량이 많은 수입 조사료의 인상폭은 20~30% 수준이다. NH 한우 월간 리포트 9월호에 따르면 가장 많이 오른 수입 조사료가 티모시다. 2021년 평균가격 대비 올 8월 인상폭은 29.9%다. 라이그라스와 톨페스큐는 각각 29.6%, 27.5%, 연맥은 19.6% 올랐다.

반면 국내 생산되는 대표적인 조사료,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가격 인상폭은 36.4%에 달한다. 지난해 ㎏당 154원이었던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가격은 올 8월 21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더 걱정스럽다. 올해는 쌀값 하락으로 벼 재배농가들의 근심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산 조사료 자급률의 약 68%를 차지하는 볏짚가격이 고공행진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 고양의 한우농가, 이재은 씨는 “지난해 6만5000원(300~400㎏ 랩핑 기준)이었던 볏짚 가격을 올해 10만 원 정도 받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전년대비 53.8% 인상폭이다. 또 다른 농가는 “수입 조사료 품귀 현상으로 국산 조사료를 찾는 농가들이 많아지면서 업체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으로 마진율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축산 농가들은 “업체들이 더 받아도 할 수 있겠느냐. 아쉬운 건 우린데...”라고 말한다. 물론 가격 결정은 업체의 권한이다. 하지만 조사료의 수급 불안 여파로 소비자(농가) 선택권이 많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농가와의 상생을 고려한다면 인상폭에 대한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또 정부는 과연 적절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는지에 대한 감시와 함께 국산 조사료의 생산 기반 안정화에 빠르게 나서야 가뜩이나 생산비 상승으로 어려움에 처한 축산 농가들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이현우 축산팀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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