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푸르밀 사업종료 소식에 낙농업계 충격
낙농업 가치 떨어뜨리는 메시지 돼선 안돼
몇몇 유업체의 잘못된 행태 바로잡아야

최근 중견 유업체인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고 직원들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하면서 우리사회에 큰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해 푸르밀로 이름을 바꾸기는 했지만 든든한 배경과 비피더스·검은콩 우유 등 스테디셀러 제품을 앞세워 성장하던 기업이었기 때문에 낙농업계와 식품업계의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 엘지생활건강에 매각을 시도했다가 일이 잘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생 노력이나 매각을 위한 여러 노력 없이 갑자기 사업을 종료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마무리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폐업은 아니기에 다른 사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남양유업 매각 번복에 이어 푸르밀 사태까지 터지면서 낙농업계가 받은 충격은 일명 역대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우유 소비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단위로 사업체를 운영하던 중견기업의 철수는 유업계의 위기가 현실화 되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아직 사태가 마무리 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그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고,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태가 마무리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우려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전쟁 등으로 국제정세가 불안한 이 와중에 한 중견기업의 몰락이 국내 우유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예측되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부동산을 예를 들면,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가격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을 때 보다 훨씬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투자가 늘고 부동산 가격은 더 올라간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가격은 싸지는데 아무도 부동산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은 더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시장에 돈이 도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 때문이고, 희망이 사라지면 재화의 흐름도 사라지는 것이다. 주식이라는 것은 미래에 기업이 벌어들일 이윤에 대한 현재의 가치다.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미래에 그 기업이 이윤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현재의 평가인 것이다.

현재 우유업계가 힘들다고 미래의 낙농업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면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점점 그 가치가 내려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번 푸르밀 사태가 낙농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메시지로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원유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국내 낙농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의 출산율이 감소할 뿐 지구촌 인구는 증가세에 있으며. 베이비 산업의 파이가 줄어드는 만큼 실버산업은 늘어나고 있다. 우유를 어린 애들만 먹는 식품이라는 한계를 유업계 스스로가 가질 필요가 없고, 실버산업의 핵심도 우유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 일명 K-푸드의 성장을 유업계가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더 설명이 불필요하다.

현재는 수입우유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공급이 충분하기 때문에 아직 국산 우유의 중요성을 우리사회가 간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우유가 들어가는 식품이 의외로 많다. 연간 10조원이 넘어가는 커피시장도 유제품 시장의 하나이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 국내산 원유의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사회가 낙농업계의 어려움을 낙농업계의 이권 다툼 정도로 방치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푸르밀 사태는 낙농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 하지 못하고 성공에 안주한 오너와 경영자의 무능에서 비롯된 사태다. 실제로 푸르밀의 영업이익은 전문경영인에서 오너로 경영주체가 넘어간 이후부터 감소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선 레고랜드 관련 채무불이행을 선언하자 채권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공기업 채권도 발행에 실패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절대 돈을 떼일 일이 없다던 지방정부가 말을 바꾸면서 신용이 기본인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채권시장이 부실한 것이 아니라 일명 레고랜드 사태가 금융시장에 불신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줬기 때문에 일어난 사태다. 이처럼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던지면 그 후폭풍은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므로 최근 몇몇 유업체들의 이해하기 힘든 이러한 행태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철저하게 조사해 향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본보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과거 칠천량에서 대패해 조선의 함대를 모두 잃은 원균과 이를 극복한 이순신 장군이 주는 교훈은 왜구들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능한 아군의 지휘관이라는 것이다. 무능한 지휘관이 조직을 통솔하면 처참한 패배라는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웠다. 사업의 기본은 신용이고, 상도의가 있고, 아무리 어려워도 금도를 지킬 때 그것이 사업이 되는 것이고, 돈벌이에만 집중할 때 우리는 그들을 장사치라 부르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이유는 피해를 보는 이는 결국 회사를 위해 땀 흘린 직원들이고, 이들 모두 한 집안의 가장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많은 이들과 거래처를 믿고 납품한 낙농가들의 미래를 누가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사업가라면 조금 더 신중했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내가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먹고 산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 아니라 직원들 덕분에 내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직원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현재 낙농업계의 일시적인 어려움은 유제품의 라인업이 어린이에서 성인 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바뀌는 과도기적 과정이라고 판단한다. 갓 태어난 아기가 먹는 첫 음식이 우유다. 이보다 더 안전하고 먹기 좋은 식품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우유를 곁에 둬야 하기 때문에, 실버 식품산업의 주요 소재 또한 유제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때문에 우유업계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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