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10월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꾸준히 제기되는 케케묵은 난제 중 하나가 농협의 여성 임원 비율이다. ‘유리천장 지수’가 9년 연속 OECD 꼴찌일 정도로 여성 임원이 적은 국내 현실 탓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여성 상위 관리직 비율이 전체 1~2%에 머무는 등 낮아도 너무 낮은 이유에서다.

농업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고, 전체 조합원 중 여성조합원 비율 역시 33.9%로 매년 증가추세이지만, 농협의 상위 관리자 성별 현황을 살펴보면 조직 내 여전히 ‘견고한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정감사 기간 중 주철현 더불어민주당(전남 여수시갑)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에서 실장이나 부장, 지역본부장 등을 맡은 M급 관리자 128명 중 여성은 전체 2.3%인 3명에 불과하다.

농협경제지주는 더 심각하다. 농산물 생산·유통·가공·판매 관련 14개 자회사를 둔 농협경제지주의 M급 관리자 98명 중 여성은 단 한 명이었다. M급아래 3급 관리직의 여성 비율은 농협중앙회 15.1%, 농협경제지주 5.5%이며, 4급 관리직의 여성 비율은 농협중앙회 27%, 농협경제지주 9.8%이다. 

주 의원은 “여성농업인의 위상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정작 농업인의 협동조직인 농협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들의 승진 차별이 매우 심각하다는 건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농협의 여성 관리직 인원이 매우 미미하다는 점은 조직 내 여성농업인을 대변하고, 여성조합원을 위한 정책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의 경우, 특정 성(性)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해다. 실제 올해 대기업 등기임원 중 여성 비율이 2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세계여성이사협회 보고서도 고무적이다. 그런데 농협은 도대체 언제쯤 이 같은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십수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여성 임원 부족 문제, 내년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의 여성 임원 비율이 개선됐다’는 소식이 들리길 바란다.

주현주 전국사회부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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