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지자체마다 청년 유입에 ‘지원 전쟁’
정작 나고 자라 남아있는 이들은 소외
‘보조금 사냥꾼’만 키우는 건 아닌지

“농촌에 청년공간이 필요하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40∼50분만 나가면 시내가 있어 영화도 보고 놀다 오면 되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살면서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면에서 벼를 주작목으로 농사짓는 25세 A청년의 이야기이다. A청년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한다. A청년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면으로 이주한 뒤 농대를 졸업하고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A청년은 수많은 청년정책사업으로 지원금 한 푼 받아본 일이 없다고 한다. A청년 주변 친구들 역시 주거, 정착, 일자리 탐색, 창업 등 2000가지가 넘는다는 청년정책사업의 수혜자는 없다고 한다.

“청년업무를 담당할 때, 한 외지청년이 군으로 찾아와 정착을 위해 얼마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 묻고, 얼마 이상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간다”는데 할 말을 잃었다고 △△군 전 청년정책팀장은 회고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한 해 각종 청년지원금으로 2억원 이상 챙기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공공연한 이야기라고 한다. △△군은 얼마 전부터 지역청년들에게 한시적이지만 매달 80만원을 지원하고, 지역청년 간 네트워크 모임을 운영했더니 청년들이 너무 고마워했다고 한다.

‘청년마을’성공사례로 전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ㅇㅇ면 부면장은 청년마을 사례를 외부에 소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청년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이주해 온 청년들과 지역주민 간 관계가 원만하지도 않고, 청년마을 조성사업 초기 이주해 온 청년 가운데 다수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고,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며 창업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마을 조성으로 ㅇㅇ면과 지역사회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지역소멸, 인구감소 위기가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면서 모든 지자체에서 청년정책은 핵심분야로 부상했다. 특히, 인구감소 위기지역으로 낙인찍힌 농산어촌지역은‘청년 유입’이 정책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구감소지역마다 나서서 청년 유입을 위한 ‘당근’을 제시하고 있고, 몸값 비싸진 청년들은 자신들의 몸값을 더 높게 지불하겠다는 지자체를 선택하는 수순이다.

정작 농산어촌지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남아있는 청년들은‘청년정책’의 고려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듯하다. “청년들에게 임대주택도 저렴하게 지원하고 공유오피스 제공, 일자리와 창업 연계 지원 등 지자체에서 다양한 혜택을 지원한다는데, 정작 우리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지역에 그대로 남아있으면 오히려 능력이 없어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루저’취급을 받는다”고 지역청년들은 이야기한다.

△△군 전 청년정책팀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청년정책에 회의를 느낀다고 했다. 결국 정책성과는 청년을 몇 명 유입시켰는가로 평가되기 때문에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 한다.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몇 명이나 되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애초부터 지역 인구통계에 반영되어 있는 지역청년을 지원하는 것은 정책성과로 평가받기 어렵다. 청년정책을 통해 몇 명의 청년을 지역에 유입시켰는가가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지, 지역에 있는 청년이 더이상 외부로 나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당연한 일로 취급된다. 지자체에서 청년 유입이 아니라 지역청년들을 위해 그들에게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여 지원한다면, 중앙정부와 심사위원인 소위 전문가들은 “그럼 무엇을 정책성과로 제시할 수 있는지” 묻는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지역 여건과 현실에 맞는 청년정책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청년정책을 기획하여 공모사업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 결과는 자의든 타의든 많은 청년들을 보조금 사냥꾼으로 양성하고, 지역에 남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청년들에게 지역을 떠나도록 등 떠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역청년들이 지역에서 자신들의 비전을 찾을 수 있고 지역을 지키고 싶도록 그들을 배려하는‘청년정책’이 지역소멸, 청년유출을 막는 진정한 청년정책이 아닐까. 산토끼 잡으려고 집토끼 놓치는 일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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