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립 치닫다…4대 현안 개선 등 ‘접점’ 찾기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사진 왼쪽)과 손세희 한돈협회장(오른쪽)이 정책간담회를 진행하며 산업 위상에 걸맞는 한돈산업 진흥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사진 왼쪽)과 손세희 한돈협회장(오른쪽)이 정책간담회를 진행하며 산업 위상에 걸맞는 한돈산업 진흥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양돈 규모 대비 ‘절대적 부족’
인프라 구축 예산 확대 촉구
불필요한 행정규제 과감히 폐지
자조금 운영 생산자 주도 요청도 

정 장관 “제도 개선·지원 방안 등
한돈협회 등 단체와 고민할 것”


올 초만 해도 각종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대립 양상으로 치달았던 정부와 한돈업계가 접점을 찾기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대한한돈협회 회장단과의 정책간담회에서 한돈협회는 민간 중심의 가축 방역체계 구축 등 4대 현안 과제 개선을 요청했고, 농식품부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간담회는 정황근 장관이 손세희 한돈협회장에게 최근 사료 가격 상승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전한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양돈농가 노고에 대한 감사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이행해달라는 당부를 동시에 전하면서 시작됐다. 
 

민간 중심의 가축 방역 체계 구축

본격적인 간담회 자리에서 한돈협회는 한돈산업과 축산업계의 주요 현안을 테이블에 올렸다. 한돈협회가 우선으로 요구한 것은 ‘민간 중심의 가축 방역 체계 구축’이다. ASF 등 가축 질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관 주도의 가축 방역체계에서 민간 중심으로의 가축 방역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현장에선 일률적 규제를 통한 방역보다 농장 상황에 맞는 맞춤식 방역체계 도입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돈협회에선 구체적인 추진 절차도 예시로 들었는데 먼저 생산자단체에서 농가 권익 보호를 위한 방역정책을 직접 연구하고, 한돈산업발전협의회 등 민간 기구를 거쳐 정부에 새로운 정책을 제안한다. 이 제안을 받은 정부는 가축방역심의위원회에서 생산자단체가 제안한 정책의 집행 여부를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정책은 현장에서의 정책 순응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순조로운 정책 결정 및 집행, 최종적으론 방역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한돈협회는 분석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생산자는 가축 질병으로부터 생산 현장을 지키는 시스템을 스스로 완성하고, 정부는 정보와 기술 등을 후방 지원하는 각각의 역할 수행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

양돈을 비롯한 축산업과 그 연관 산업의 규모가 22조원에 달하는 등 축산업은 이제 국민 경제의 중요 위치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농림예산액 17조원 중 축산 예산은 2조원가량에 불과하고, 이 중 일부가 양돈분야로 편성돼 한돈산업 규모 대피 인프라 구축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돈협회는 이런 현황과 문제점을 동시에 지적하며 한돈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을 농식품부에 요청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보급 및 권역별 도축장 확대 등 ’돼지 생산·유통·판매와 관련된 모든 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기초적인 시설 등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계획 마련’을 건의한 것이다. 
 

한돈산업 행정규제 개선

간담회 자리에선 한돈산업 행정규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계속해서 행정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됨에 따라 농가들이 양질의 단백질 생산을 위한 활동이 제한돼, 결국 관련 산업 경쟁력 저하까지 불러온다는 의견. 이에 축산인들의 사회·경제 활동에 대한 자율과 창의성을 높이고 국민에겐 우수한 단백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행정규제에 대한 개선 검토에 들어가 일부 불필요한 행정규제들은 과감히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역시 이번 정책 간담회처럼 정부와 생산자단체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행정규제 개선 절차가 진행되길 한돈업계는 바라고 있다. 
 

생산자단체 주도의 자조금 사업 운영

간담회 참석자 단체사진. 왼쪽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정재환 축산경영과장, 김정욱 축산정책국장, 정황근 장관, 대한한돈협회 손세희 회장, 김춘일 부회장, 조영욱 부회장.
간담회 참석자 단체사진. 왼쪽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정재환 축산경영과장, 김정욱 축산정책국장, 정황근 장관, 대한한돈협회 손세희 회장, 김춘일 부회장, 조영욱 부회장.

올해 유독 자조금 예산 승인이 늦게 난 가운데, 한돈협회에선 ‘생산자단체 주도의 자조금 운영’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자조금 집행 절차는 자조금관리위원회와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농식품부가 최종 승인한 뒤 추진하게 돼 있다. 하지만 관리 감독이 주 역할이어야 할 정부가 관리위원회 및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친 사항(사업 등)에 대해 과도한 조정을 하며, 다음 연도 사업에 대한 승인 시점도 너무 늦어진다는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한돈협회에선 생산자단체 주도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운영체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농가 스스로 거출한 자조금인 만큼 관리위원회와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농가가 사업 취지에 맞게 자립적으로 자조금 사업을 운영하고 정부는 자조금이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법에 따른 관리, 감독 기능만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규제보다는 산업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자율적인 생산자 중심의 정책 방향을 세워주길 부탁드린다. 특히 양돈업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며 “돼지의 생산, 유통, 판매와 관련된 기초 기반시설에 정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국내 육류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육류 소비 중 돼지고기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 돼지고기 생산 기반을 유지, 발전시키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관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효율적인 정책지원 방안에 대해 한돈협회를 비롯한 여러 축산 관련 단체와 함께 고민해나가겠다”고 답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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