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한우가격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소비 위축에 가격 내리막
㎏당 생산비도 못미쳐 
2만 원 전후로 회복 불구
도축물량 예년보다 늘어
한우농가 “풍전등화” 불안


▶한우자조금관리위 대응 고심
올 4분기 예산 7억 투입해
저등급 한우 소비촉진 주력
판매·가공품 제조 지원해
적체부위 소진…가격안정 도모

한우가격이 불안하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한우 소비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 여파로 2만 원 전후에서 형성됐던 한우가격은 10월 첫째 주에 1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당 생산비를 2만1000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한우농가들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가격이다. 둘째 주엔 2만 원 전후로 가격이 다소 올랐지만 풍전등화 같은 위기 상황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한우 농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풍전등화 한우가격

경기지역 한우농가 A씨는 최근 한우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1만9000원대였던 한우 가격이 1만7000원 초반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한우가격은 9월 28일 ㎏당 1만9527원을 기록한 후 29일 1만8542원, 30일 1만7904원 등 내림세를 보였고 10월 4일 1만9133원에서 형성돼 1만9000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5일 1만8305원, 6일 1만8519원, 7일 1만7063원으로 다시 하향세로 전환됐다.

A씨는 “사료가격 폭등 등의 여파로 생산비가 20~30% 올랐다. 그래서 한우가격이 2만 원에서 2만1000원 정도에 형성돼야 농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소비가 늘어난 덕분에 가격이 버텼는데 이제 무너지고 있다. 얼마나 더 무너질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추석 명절 이후 주 단위 평균가격으로 살펴보면 하향세를 두드러지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추석 명절 이후 1주차(9월 13일~18일) 평균가격은 2만1240원, 2주차(9월 19일~25일) 2만197원, 3주차(9월 26일~10월 2일) 1만9241원, 4주차(10월 3일~9일) 1만8578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거세우 평균가격도 4주차엔 생산비 수준인 2만89원까지 떨어졌다.

한우가격 하향세를 주도하는 것은 암소다. 통상 한우 암소가격은 거세우 가격 보다 ㎏당 약 5000원 정도 낮다. 실제 올 추석 명절 이후 한 달(9월 13일~10월 13일) 동안 거세우 평균가격은 2만1520원, 암소가격은 1만6701원을 기록했다. 두 품목의 가격차는 4819원.

이처럼 거세우 보다 낮은 가격의 암소 도축물량이 급증하면서 평균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올 추석 명절 이후 한 달(9월 13일~10월 13일) 동안 암소 도축마릿수는 1만7089마리로, 2021년 추석 이후 한 달(9월 23일~10월 23일) 동안 도축된 암소 물량(1만2976마리) 보다 31.7%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한우 도축마릿수 중 암소가 차지하는 비중도 45.04%로, 지난해(38.24%) 보다 약 7%P 많다. 여기에 저등급(2·3등급) 암소 물량이 해당 기간 동안 지난해 6346마리에서 올해 8303마리로 30.8% 급등한 것도 가격 하락세 요인 중 하나다.

다행스럽게 한우가격은 11일 1만9187원, 12일 2만185원, 13일 1만9895원을 기록하는 등 추석 명절 이후 5주차(10일~13일) 평균가격은 1만9762원으로 다소 회복됐다. 하지만 암소 도축물량이 예년보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그래서 한우 농가들은 가격이 또다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한우농가들, 가격 안정 안간힘

지난 13일 열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 회의에서 “(한우 가격 하락 여파로) 암소는 송아지 가격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농가들은 도축하려했던 암소를 다시 송아지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고 민경천 위원장이 말하는 등 한우가격 하락에 따른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는 수급안정 방안의 일환으로 올 4분기에 7억 원의 예산을 투입, 저등급 한우 소비촉진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적체된 부위를 소진하고 한우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날 언급된 저등급 한우 소비촉진사업은 ‘저등급 한우 판매지원’과 ‘저등급 한우 가공품 제조’로 나뉜다.

우선 저등급 한우 판매지원은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과 협업을 통한 저등급 한우 소비촉진행사를 추진하고 대형급식업체와 업무협의를 통해 기업체·기관 등에서 수입육 대신 저등급 한우를 소비할 수 있도록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선빈 한우자조금 사무국장은 “9000~1만 원 수준의 수입육이 급식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저등급 한우를 사용할 수 있도록 1만 원 정도 차액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며 “또 통상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1등급 이상 한우에 대해서만 판매행사를 진행하는데 한우자조금 지원을 통해 저등급 한우 판매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저등급 한우 가공품 제조의 경우 저등급 한우를 활용해 육포 등 가공품을 제조해 적제부위를 소진하는 방식이다. 박선빈 국장은 “2억 원 예산을 투입하면 15g짜리 스틱형 육포를 9만1000개 정도 생산할 수 있다. 2~3등급 암소를 직접 구매해 업체에 공급하면 단가를 더 낮춰 생산물량을 더 늘릴 수 있는 지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종범 관리위원은 “육포는 제조단가가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선보였던 곰탕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우 가공품 중 소비자들에게 더 호응을 얻고 저등급 한우 소비가 많이 될 수 있는 제품으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도 해당 사업을 조건부로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사업 세부추진 방안을 마련해 설명하고 예산 집행 전에 사전 협의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도 농식품부 조건부 승인에 동의하며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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