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ㆍ김경욱 기자] 

국제곡물가격 하락 전망에
사료가격 안정 기대 컸지만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로
사료원료 가격지수는 더 올라
사료업체 경영 압박 시달려 

‘물가안정’ 위해 정부지원 시급
한우협회도 대책 마련 촉구

축산업계에 또 다른 악재가 떨어졌다. 연일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사료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배합사료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료업체들의 경영 부담은 사료가격 인상, 축산 농가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축산업계에선 정부가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초강세 보이는 원/달러 환율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사료업체들의 경영 부담이 결국 축산 농가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국제곡물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래서 축산 농가들은 국제 곡물가격 하락에 따른 사료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발표한 국제곡물관측 10월호에 따르면 톤당 사료용 옥수수 가격은 8월 393달러에서 9월 386달러로, 대두박 가격은 619달러에서 601달러로, 각각 1.8%, 2.9% 하락했다. 농경연은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올 3분기 191.1이었던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4분기 177.3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로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돼 4분기 곡물 수입단가가 전분기 보다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2020년 1191.29원, 2021년 1156.12원(우리은행 외환센터, 송금 보낼 때 기준) 등 지난 2년 동안 1100원대를 유지했던 연간 원/달러 환율은 올 1월 평균 1207.43원을 기록하며 1200원대로 진입했다. 이후 7월 1321.70원, 9월 1413.46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10월 평균 환율(1~6일)도 1433.73원에 이르는 등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는 사료원료 가격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제곡물관측 10월호에 따르면 배합사료의 주 원료 수입단가는 하락했지만 대미환율이 전월대비 4.3% 상승한 영향으로 수입 사료원료 가격지수는 전월대비 3.5% 상승한 154.1을 기록했다.
 

직격탄 맞은 사료업체

달러 강세 여파는 사료업체에 직격탄으로 날아왔다.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사료가격을 3~6원 정도 인상할 만큼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올해 1200원 수준에서 사업계획을 마련한 사료업체들 입장에선 1400원 이상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현금 유동성 등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료업계 관계자는 “사료회사들은 올해 1200원 수준의 환율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잡았지만 현재 200원 이상 환율이 더 상승했다. 환율은 바로 원가에 반영돼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며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잠시나마 1500원까지 올랐지만 기간이 길지 않았고 연평균 환율도 1300원대였다. 당시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경영 압박이 있다”고 호소했다.

A업체 관계자는 “환율 문제가 불거지기 전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사료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환율 상승 폭이 너무 커서 난감하다”며 “환율 10원만 상승해도 매달 수 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환율 강세가 이어진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경영 압박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출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환율뿐만 아니라 운임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현재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주장했다. C업체 관계자도 “환율 강세 여파로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결제를 제때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사료가격 인하를 검토했지만 환율 강세로 인하시기를 늦추거나 보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D업체 관계자는 “7~8월 환율이 1320원 정도였기 때문에 10월부터 사료가격을 인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며 “12월과 1월 사이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치솟는 환율 영향으로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축산업계, 정부에 대책 마련 촉구

달러 환율 강세 여파로 사료업체 경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달러 환율 강세 여파로 사료업체 경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사료업계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정부의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화두인 물가 안정을 위해 사료업계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사료업계 관계자는 “사료원료 구매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금리도 1%대까지 인하해야 한다. 또 부가가치세 의제매입세액공제율 확대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사료업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농가 지원, 물가 안정과 연결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정부가 수입 금융지원 정책을 폈다. 담보력이 떨어진 사료업체의 은행에 대한 보증을 정부가 대신해준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우려스러운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축산 농가들은 이 같은 달러 강세가 자칫 사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최근 성명서에서 “4분기부터 국제곡물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축산 농가들의 기대가 소위 킹달러로 인해 우려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며 “하지만 축산 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농림축산식품부의 사료가격안정 대책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23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에 사료 인상분 차액 보전 지원, 전략작목직불 하계작물 대상품목에 조사료를 포함하는 등 축산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은 17조2785억 원이다. 이 중 식량자급률 제고와 농업직불제 개편 등에 대부분 예산이 편성됐다”며 “국내 주식인 쌀과 식량 자급은 매우 중요하다. 쌀과 함께 한우도 농촌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고 국내 생산되는 다양한 농축산물의 자급률도 중요한 만큼 품목별 진흥을 위한 예산 확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3년도 사료구매자금에 대한 금리 무이자, 사료 인상분 차액 보전 지원 등이 시급하다. 또 식량안보와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의 하계작물에 조사료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 국내 조사료 생산 안정을 위해 유휴 국·공유지 활용을 높이기 위한 예산 반영도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이현우·김경욱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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