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쌀값이 폭락한 가운데 자동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국회에서 공방이 치열하다. 하지만, 여야 모두 쌀 문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공방보다는 쌀 수급 및 농가 소득안정이란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쌀 시장격리제도는 2020년 당시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공익직불제를 도입하면서 쌀 목표가격과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쌀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장치로 제안된 것이다. 2021년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그 근거가 담겼다. 문제는 논의 당시 ‘자동시장격리’로 받아들여지던 내용이 법률상에는 ‘의무’가 아닌 ‘임의’조항으로 개정이 됐고,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장격리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장격리를 차일피일 미루다 쌀값 대폭락이라는 참사를 자초했다.

국민의힘이 쌀값 하락 책임을 전 정부에 돌리면서도 재정부담, 재배면적 증가 등 부작용을 이유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하는 것도 궁색하다.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재정부담도 적고, 생산조정 등 재배면적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도 있다. 이전 정권이 잘못했으면 집권여당으로서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추곡수매가 폐지된 이후 도입된 목표가격제와 변동직불제가 직불금 개편으로 폐지되면서 쌀값 하락시 소득을 보전할 유일한 수단이 사라졌다. 현재로선 시장격리 의무화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통과돼야 한다. 다만 시장격리제 역시 사후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으로 수급안정이나 소득안정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차제에 쌀 목표가격제와 변동직불금을 부활하거나 유사한 가격안정장치가 공론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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