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주량 

[한국농어민신문] 

농업 투입재 줄이면서 생산량 늘리기
어려운 것을 해야하는 게 미래농업
농식품·IT기술 총망라한 애그테크 주목

세계농업기구(FAO)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 100억의 세계 인구를 부양하고 지구촌 식단이 육류 중심으로 옮겨가는 변화까지 감안하면 전 세계는 30년 이내에 지금보다 60%나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식량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현재의 농업방식을 가지고서는 60%나 더 많은 식량을 지속가능하게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인도의 2배 크기만 한 농경지를 산림으로 환원하고 농식품 부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0%를 줄여야 기후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농경지와 농업투입재의 사용은 줄이면서도 농업 생산량은 60%나 증가시키는 마법 같은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Production More with Less!” 미래농업은 이 어려운 것을 해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마법 같은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애그테크에 있고 이것이 애그테크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애그테크(푸드테크)란 농업을 포함하여 식품 원료의 생산, 가공, 보관, 운반, 조리 등과 관련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되는 기술을 총칭한다. 미래 애그테크의 방향성은 몇 가지로 정리해서 볼 수 있다. 

첫째는 농식품 가치사슬 전반을 AI, 빅데이터, IoT, 위성 등을 사용하여 초정밀하게 만드는 것이다. 초정밀제어를 통해 농업생산에서 필요한 물, 농약, 비료 등 투입재를 가장 정확한 시기에 꼭 필요한 양만 투입할 수 있다면 생산비용은 90% 줄이면서도 생산량은 30% 늘릴 수 있다. 

둘째는 완전히 새로운 농업시스템과 미래식품을 적극 개발하는 것이다. 인공광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실내농업(Indoor Farm) 기술이 발전하면 아파트단지 안, 슈퍼마켓, 구도심 슬럼지역 등 유휴 실내공간 어느 곳이나 농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원예작물은 실내에서 재배하고 원예작물이 차지하던 농지에는 식량작물을 심으면 자연스레 농지가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 탄소부담이 적은 대체육류와 수산물, 해조류, 곤충 단백질 등의 미래식품도 적극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셋째는 농식품 전 분야에서 인간노동을 지능노동으로 적극 대체하는 것이다. 지구전체로 보면 선진국과 식량작물은 기계화 비율이 높지만 개도국, 후진국, 비식량작물 등은 여전히 악성노동 상황에 놓여있다.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연해주 등 과노동 저생산성 지역의 악성노동을 기계화하고 지능화하면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아울러 드론, 로봇, 위성 등 신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에 대체가 불가능하던 농작업까지 완전한 자동화가 가능하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식품의 유통물류와 소비, 폐기 과정에서 혁신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식품 중에서 30%는 소비되지 않고 폐기되어 자원만 낭비시킨다. 하지만 식품 생산과 소비 정보의 실시간 교류와 역방향 교류가 가능해 지면 획기적인 낭비 감소가 가능해진다. 마켓컬리, 쿠팡잇츠, 프레시지, 정육각, 트릿지, 아마존프레시 등은 식품의 유통물류와 소비과정에서 얼마나 다양한 혁신기회가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애그테크와 관련한 기술과 시장, 제품과 서비스가 활성화 되려면 민간과 정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애그테크는 혁신적인 기술과 공격적인 투자금이 필요한 민간의 영역인 동시에 다규제 분야인 식품과 관련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식품은 개인마다의 기호와 선택이 이질적이기에 사회 전체의 논의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불필요한 논쟁으로 산업발전이 저해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민간에서 다양한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이 나타나 신제품과 신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도록 벤처캐피털, 창업투자사, 모태펀드 등의 활력 넘치는 창업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건강·식이·영양과 관련한 정보교환플랫폼 구축 및 공공데이타의 축적과 공개를 위한 플랫폼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그테크산업이 더 이상 전통산업이 아니라 창발산업이자 융합산업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애그테크산업이야 말로 AI, 바이오, 로보틱스, 첨단소재, 블록체인, XR, 팜테크, 빅데이터 등 이번 세기의 유망한 기술의 총집합체인 만큼 과거의 규제관행이 기업들의 창발적 시도를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규제에 대한 파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기존 기업들이 기득권 보호를 위한 불공한 관행이나 규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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