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예전엔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주로 (언론사) 사회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경제부 기자들의 전화를 더 자주 받아요.”

9월 28일 경기 김포·파주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취재 과정 중 만난 한 한돈업계 홍보 담당자의 발언이다. 그는 가축전염병을 물가와 연계 짓는 사태를 꼬집으면서 하나의 사례로 ‘전화기’를 들었다. 8월 1건에 이어 9월 4건의 ASF가 잇달아 발생하자 연일 ‘금배추’를 부르짖던 언론 보도에 ‘금돼지·급겹살’이 합류하고 있다. 이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나 ASF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물가와 연동 짓는 언론보도는 익숙한 현상이 되고 있다. 

물론 가축전염병이 물가로 연결된 적도 있다. 다만 여기엔 정부의 ‘막대한 살처분’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야 한다. 2010~2011년 구제역 발생 당시 330만 마리의 돼지 살처분, 2016년과 2020~2021년 고병원성 AI 발생 이후 각각 2600만 마리와 1700만 마리의 닭·오리 살처분 뒤 해당 축산물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부는 어느 당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관계없이 할당관세(무관세)로 수입 축산물을 대거 들여오는 행보를 반복했고, 관련 산업은 수입산에 시장을 야금야금 내줘야 했다. 어쩔 수없이 다수의 농가가 축산 현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는 현재까지 치유되지 못한 채 여전한 생채기로 남겨 있다. 

이 막대한 살처분이란 전제 조건이 달리지 않는다면 가축전염병은 물가로 전이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축전염병 발생 이후 가격 하락 현상이 더 잦았다. 3년 전 가을 ASF 첫 발생 이후에도 언론에선 연일 ‘금겹살에 물가 비상’을 외쳤지만 정작 2019년 가을부터 그다음 해 상반기까지 돼지고기 가격은 평년 시세를 밑돌았다. 

최근 ASF가 발생한 상황에선 이런 축산물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 보도에 더 신중해야 한다. 국제 곡물 파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다 환율 상승에 따른 사룟값 급등, 유례없는 정부의 4대 축종 무관세 수입 등 어느 때보다도 축산 농가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비가 치솟은 작금, 자칫 가격마저 지지되지 못한다면 축산 농가들은 가축을 기를 동력 자체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이 사라진 공간을 수입산으로 채울 수 있을까. 사룟값 급등 등 생산비 상승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이 말인즉슨 수입 축산물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자급률 하락으로 국민들은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다. 그 순간이 정말 정부와 언론이 우려하는 ‘물가 비상’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김경욱 축산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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