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9월28일 쌀값 폭락에 분노한 전북 정읍 농민들이 128년전 동학농민운동의 단초가 된 정읍시 이평면 ’만석보‘ 들녘에서 수확을 앞둔 벼를 불태우고 논을 갈아엎었다.
9월28일 쌀값 폭락에 분노한 전북 정읍 농민들이 128년전 동학농민운동의 단초가 된 정읍시 이평면 ’만석보‘ 들녘에서 수확을 앞둔 벼를 불태우고 논을 갈아엎었다.

“9·25 쌀대책 실효성 의문”
수확 앞둔 벼 불태우기도


쌀값 폭락에 분개한 농민들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급기야 성난 농민들은 수확을 코앞에 둔 논을 갈아엎고 벼에 불을 질렀다.

전북 정읍농민회는 9월 28일 정읍시 이평면 ’만석보‘에서 ‘쌀값 보장!' 농민 생존권 쟁취를 위한 논갈아엎기 집회를 벌였다. 이날 농민들은 쌀값이 통계 작성 이래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한 반면 비료와 기름값·인건비는 폭등해, 올해 적자 농사에 파산 지경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정부는 9·25 쌀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며 특단의 쌀 대책 마련을 강력 촉구하면서 1년 동안 애써 농사지어 수확을 코앞에 둔 벼(1200평)를 불태우고, 트랙터를 이용해 갈아엎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앞서 농민들은 집회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쌀값 하락이 예견됐음에도 뒷북치기 시장격리에 최저가 입찰방식 수매와 수입 쌀 방출로 오늘의 쌀 대란을 초래했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쌀은 개 사료값 보다 못한 천덕꾸러기 쌀로 전락해 버렸다고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을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9·25 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구곡 재고 전량과 신곡 100만톤 이상을 수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우리 200만 농민들은 전국 5000만 국민 먹거리를 생산·책임지고 있음에도 생산자인 농민들이 단 한번도 쌀값을 책정해 본적이 없다"면서 "앞으로 농민들이 직접 쌀값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밥한공기 300원 보장,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저율할당관세(TRQ)쌀 의무수입 전면폐기, 쌀값 최저가격제·공정가격제 도입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오는 11월16일 전국농민 투쟁 등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고창과 익산농민들도 해당 지역에서  농민생존권 쟁취를 위한 논을 갈아엎는 시위를 전개했다. 

황양택 정읍농민회장은 “수확을 앞둔 들판의 나락을 보면 근심 걱정이 가득해 잠이 오질 않는다. 정부의 쌀 대책 발표에 실효성이 의문이다. 공무원들은 매년 임금을 인상한다. 쌀만 폭락하는데 누가 이해할 수 있나. 정부는 쌀값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읍=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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