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제6회 공모전 수상자 선정
대상에 경기 이천 장희숙 씨
우수상·장려상 19명 영예
특별상도 4명 선정  
시상식은 10월 18일 진행 

제6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 수상자가 선정됐다. 올해 생활수기 대상 수상자는 경기 이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장희숙 씨(54)이다. 심사위원단에 따르면 장희숙 씨의 작품에는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겪은 이야기와 교통사고의 시련을 극복하고 과수원을 지켜온 농부의 이야기를 의연하고 담담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민신문사와 농협중앙회가 주관한 ‘제6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별별 이야기’는 △여성농업인의 농촌 일상과 역경 극복 사례 △귀농·청년 여성농업인의 농촌생활 적응기 △다문화 여성의 농업·농촌 이야기 등 세 가지 주제로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공모 원고를 접수했다. 이후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한 심사위원회가 지난 9월 23일 충북 음성 일원에서 열렸고, 반숙자 수필가를 심사위원장으로 김계순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장, 김현수 동화작가, 우미옥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사무관, 이수안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편집장 등 5명의 심사위원단이 꾸려졌다.

지난 9월 23일 충북 음성 일원에서 ‘제6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김계순 농어촌여성문학회장, 이수안 농어촌여성문학회 편집장, 반숙자 수필가, 우미옥 농식품부 사무관.
지난 9월 23일 충북 음성 일원에서 ‘제6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김계순 농어촌여성문학회장, 이수안 농어촌여성문학회 편집장, 반숙자 수필가, 우미옥 농식품부 사무관.

심사가 열리는 날, 이른 아침부터 심사위원들은 충북 음성의 한 카페에 모여 긴장된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앞서 심사위원들은 △스토리 △문학성 △감동 △농업연관성을 기준으로 약 3주간 작품 심사를 마쳤으며, 심사위원들의 심사 노트에는 각 작품에 대해 적어 놓은 심사평이 빼곡했다. 상기된 심사위원들의 얼굴에는 한 작품도 놓칠세라 전날까지도 밤을 새우며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김계순 농어촌여성문학회장은 “올해는 어떤 작품이 선정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며 기대감을 내비쳤고, 이수안 편집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소중한 수기를 써서 보내준 한분 한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현수 동화작가는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정지되면서 오히려 사람들이 글을 쓸 시간이 많아 작년보다 응모작이 더 많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공적 지원이 농업·농촌까지 미치지 못해 글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대상 수상자 장희숙 씨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되자 심사위원들은 각자가 최고점을 준 작품을 두 개씩 추천하고, 대상 수상자를 가렸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장희숙 씨의 ‘다시 봉지를 씌우다’가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이어 심사위원들은 차등 점수를 받은 작품에 관해 토론을 진행하고, 투표를 거쳐 우수상과 장려상 수상자를 뽑았다.

특히 올해는 작품집에 포함되지 않지만, 아깝게 수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특별상도 추가됐다. 우미옥 농식품부 사무관은 “농업·농촌 체험을 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여성농업인 생활수기집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정도로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다”라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 2017년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여성농업인 생활수기-별별 이야기’는 여성농업인이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하고 문예창작 활동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진행됐다.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은 지금까지 총 446명의 여성농업인이 참가했으며, 역대 수상자는 90명에 이른다. 제6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시상식은 오는 10월 18일 개최되는 ‘제1회 여성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공모전 총평|심사위원장 수필가 반숙자
한사람 한사람 소중한 ‘삶의 기록’ 진솔성에 감동

응모작 기대보다 적었지만
아쉬움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고른 수준의 글 만나서 좋아 

다양한 매체 통한 홍보 필요성

제6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는 예심을 거쳐 온 작품이 모두 37편이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침체된 일상이어서 응모작이 어느 때보다 많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 양적인 아쉬움은 컸으나 한편 한편 읽어가며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고른 수준의 글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응모작을 통해서 관심의 폭에 한계를 보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현대는 광고의 시대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보고 알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다.

여성농업인들의 수기에서는 신성한 땀 냄새가 나고 흙 묻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있어 숙연한 마음으로 읽는다.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한 삶의 기록이고 어려운 현실을 파헤쳐가는 도전기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이야기라서 그 진솔성이 감동을 준다.

37편 중 괄목할만한 대작은 없었으나 고른 수준의 글이 많았고 농촌의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보여준 글이 많음은 고무적인 일이다. 글에서 연륜을 느끼게 하는 글을 발견할 때는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농촌을 지켜온 근면성과 굳은 고향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다.

특별한 것은 농촌 토박이의 글보다 귀농·귀촌의 글이 많음은 현재 우리 사회의 흐름을 짚어보게 했다. 전업농이 아니라 약간의 땅을 준비해서 농촌 살아보기가 유행하고 도시와 농촌의 이중적인 생활을 도모하는 사회의 추세가 잘 반영된 글이 많았다.교육수준이 높은 여성들이 농촌변화의 주역이 되고 1차 농업보다 3차, 4차 농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1차 농업기반이 탄탄하고 발전해야 그것을 근간으로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현한 글도 있었음은 반가운 일이다. 그것이 잘 정비되고 안정될 때 6차 산업이 성공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좋은 현상이다.

심사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한 두 작품이 바로 ‘다시 봉지를 씌우다’와 ‘하루 쌀이 반 가마’이다. 우선 두 작품의 제목이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시’가 주는 다음의 내용은 무엇일까, 왜 다시일까. 그 사연은 무엇일까. 여기서 반 성공이 이루어졌다. ‘하루 쌀이 반 가마’ 역시 독자의 궁금증을 촉발하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심사위원들의 팽팽한 심사를 거쳐 표 대결에서 한 표 차이로 장희숙 씨의 ‘다시 봉지를 씌우다’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영미 씨의 ‘하루 쌀이 반 가마’는 한편의 무게 있는 수필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받았다.

장희숙 씨의 ‘다시 봉지를 씌우다’는 장호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평범한 여성농부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다가 결혼과 함께 남편을 따라 장호원에 정착했다. 필자는 그곳의 ‘햇사레’라는 특별한 상표가 붙은 유명한 복숭아를 재배하고 싶어 논을 메워 400주가 넘는 복숭아 묘목을 심는다. 남편은 직장에 다니고 가까이 시댁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 복숭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생육과정이며 생태에 푹 빠져서 연구하는 열성 농민이고 아내이고 며느리이고 아이들의 엄마다.

복숭아 농사법을 배우고 싶어 인근 복숭아 농가에 일을 간다. 그곳 농장 주인이 직원 대우를 해주는 바람에 초보 농군이 용기를 얻는다. 몇 년에 걸쳐 기른 복숭아가 수확을 보기 시작한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 대기 중인 필자의 차를 대형트럭이 덮쳐 차는 폐차하고 필자는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만에 깨어난다. 두 달을 병원에서 치료받고 돌아와서 불편한 몸으로 복숭아밭으로 간다. 일하다가 어지러우면 농막에서 쉬면서 복숭아에 매달린다. 그리고 다음 해 복숭아 봉지를 씌우며 이 글을 쓴 것이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복숭아 작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애정 없이 소득만을 바라는 경우가 많은데, 복숭아나무의 관찰과 변화 서술이 자세하고 아름다웠다. 두 번째는 가족애다. 인력 구하기도 힘들고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 작금의 농촌 현실에 이들 가족의 협동은 보기 드문 감동을 준다. 새벽이면 며느리의 복숭아밭에 오셔서 우리 며느리가 복숭아 대장이 다 되었다고 칭찬하는 시아버지, 복숭아 수확하는 날, 아픈 며느리 대신 복숭아 상자를 들어 나르는 시어머니, 그리고 코로나로 줌(ZOOM·화상회의프로그램)으로 수업하면서도 틈틈이 작업을 하는 아들과 딸, 무엇보다도 직장일을 하면서도 더 못 도와 애를 태우는 남편, 이들이 보여주는 가족애는 가족해체의 위기를 겪는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경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글의 백미는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나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사랑하는 가족과 복숭아의 힘이었다. 먼 훗날 생을 마감하는 날, 내 몸에서는 복숭아 향기가 진동할지도 모르겠다.”라는 마지막 문장이다. 긴 여운과 감동을 준 대목이다.

37편의 글을 읽으면서 각 지역에 있는 농업기술센터가 귀농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기관임을 보여주는 글이 많았다. 또한 ‘여성농업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애타는 글을 보면서 이제 우리 농촌을 이끌어갈 새 주역은 여성농업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여성농업인 생활수기는 여성농업인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변화하고 발전하는 농촌의 현실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안내자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공모자들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목이다. 필요 없이 긴 제목을 선택할 경우 제목에서 내용까지 알게 되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호기심이 절감된다. 가급적이면 상징적인 것이 좋다. 두 번째는 문장이다. 글의 뜻을 전달하는 문장의 기능은 스토리의 자연스러움을 가져오기 때문에 문단 나누기, 대화체 남발은 피해야 한다. 세 번째는 꾸며 쓰는 일이다. 내용은 빈약한데 현란한 문장과 사건으로 이목을 끌 수는 있으나 감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최선을 다했으나 입상하지 못한 분들이나 이번 기회를 놓친 여성농민들은 내년을 희망하며 분투하시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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