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2020년 관세 철폐 후 봇물
지난해 ‘8561톤’까지 급증
현지 생산량보다 많이 들어와
인접국가 밀수 물량 ‘의혹’

국내 생산기반 위협 속
원산지 위반여부 조사여론 

한·페루FTA 영향으로 페루산 녹두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밭작물 생산농가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입이 급증한 페루산 녹두는 인근 국가에서 밀수된 것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상기후와 생산비 증가도 모자라 밀수꾼과도 싸워야 하는 게 농가 현실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21년 국내로 수입된 녹두는 총 1만6213톤으로, 2020년 9827톤보다 6000톤 넘게 증가했다. 2019년 6955톤보다는 2배 이상 급증한 물량이다. 국내 녹두 생산량은 연간 1500~2000톤 정도로, 1년 사이 국내 생산량의 3배가 넘는 수입 녹두가 국내에 들어온 것이다.

원인은 페루산 녹두다. 그동안 수입 녹두는 중국산과 미얀마산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2011년 발효된 한·페루FTA로 2020년부터 녹두 관세가 완전히 철폐돼 수입이 급증한 것이다. 2021년 국내에 들어온 페루산 녹두는 총 8561톤으로, 중국(5828톤), 미얀마(1024톤)를 제치고 녹두 수입 1위 국가가 됐다. 더욱이 「농민신문」 보도에 따르면 페루 현지에서는 녹두 생산량이 미미해 인접 국가에서 밀수로 들어온 물량이 국내로 수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발판으로 콩·팥·녹두 등 국내 밭작물 생산기반을 다져온 농가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전남 해남에서 콩과 녹두를 재배하고 있는 김동훈 땅끝콩사랑법인대표(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는 “작년까지 콩을 심다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녹두를 심었는데 올해 녹두 가격이 너무 낮다. 6년여 동안 많은 노력 끝에 논에 녹두를 재배하는 기술을 다 깨우쳤는데, 올해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내년엔 다시 벼를 심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루 녹두가 무관세화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양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며 “이상기후로 농사를 망쳤을 때도 밭작물 생산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제는 밀수꾼하고도 싸워야 할판이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10~11월 수확에 들어가는 녹두 작황은 현재까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녹두를 사용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올해 수확기 녹두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영제 한국콩생산자연합회 회장은 “국내산 녹두와 수입산 녹두 시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 많은 양이 들어와 어디로 가겠냐. 국내 녹두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페루에서는 녹두 통계가 200톤밖에 안 나온다고 하는데 8600톤이나 들어온 만큼 관계 당국이 철저히 조사하고, 녹두 생산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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