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양곡관리법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농업과 관련된 법안이 여야 모두에게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양곡관리법은 최근 정가의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21대 국회에만 모두 9건이 발의됐다. 발의 시기도 지난해 6월 발의된 1건을 제외한 8건이 작년 12월부터 올해 9월 사이에 집중됐다. 이 시기는 쌀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농민들로부터 시장격리 요구가 빗발친 시기다. 이 같은 요구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도 시장격리와 관련된 문구다. 

현행 양곡관리법 제16조 4항에는 ‘미곡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되거나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이상 또는 이하를 매입하게 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 ‘매입할 수 있다’를 ‘매입하게 해야 한다’로 수정해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것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를 최우선 입법과제로 채택할 정도로 통과에 의욕을 보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단독처리로 법안을 통과시켰을 정도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불법 날치기 처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가 없는 대표적인 상임위로 평가받는 농해수위에서 이번과 같은 상황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라는 평가다. 결국 여야 지도부가 “개정에 속도를 낼 것”과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라는 설전까지 주고받은 양곡관리법은 지난 20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정부의 쌀 대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정부 대책을 보고 처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장 농민들은 양곡관리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의 쌀값 하락이 전 정부와 현 정부를 탓하며 잘못을 돌리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식’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쌀값 하락은 여야가 바뀌기 전인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전 정부부터 시작된 쌀값 하락은 현 정부까지 한 차례도 오르지 않고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누구를 탓하기가 머쓱해 지는 시점이다. 쌀값 하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정책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예산이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뒷받침해 줘야 한다. 국회는 누구의 잘못인가를 두고 언성을 높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를 의지하고 기대며 농사를 지은 농민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봐야 한다. 

김영민 농정팀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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