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농산물 유통에도 적용되는 ‘1.618:1’
총 생산액 따라 판매처 적절한 분산 중요
1억 이하는 1곳, 5억 넘으면 3~4곳 적당

지역에서 나름 성공했다는 파프리카 농장주를 자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농가는 파프리카를 재배해서 전량 일본에 수출하고 있었다. 연간 매출은 5억 원 정도 되었고 몇 년간 안정적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판로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때 “만일 일본 수출길이 막히면 어떻게 하실 것인가” 질문을 드렸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농사를 워낙 철저하게 짓기 때문에 수출길이 막힐 리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렇게 판매처를 한 군데만 가져가는 것은 위험하다, 생산량의 30% 이상을 수출이 아닌 다른 곳에도 팔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농장주는 전체 물량의 20% 정도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한 10% 정도 판매했던 것 같다.

우연이었는지 바로 그 다음 해에 수출하려던 파프리카에서 농약이 검출돼 한참 동안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 당했다. 다행히 온라인 판매 방법을 알고 있던 농장주는 수출하지 못한 물량을 온라인으로 거의 다 판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셨다. 판매경로를 미리 다원화해서 위험을 대비했던 사례이다. 하지만 이렇게 판매 경로를 다원화하는 것이 무조건 좋을까?

완전히 반대로 자문한 경우도 살펴보자. 한 농가가 유통과 관련된 질문을 하셨다. 본인은 자신의 농산물을 팔아주겠다며 달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때그때 조금씩만 달라고 하는 것이 문제였다. 10명이 넘는 상인들이 상품을 달라고 할 때마다 조금씩 주다보니, 가격을 제대로 주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왠지 일만 많아지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이런 사연을 듣고서는 판매처를 줄이라고 말씀드렸다. 당시 총 생산액은 2억 원 정도로, 판매처는 2군데, 많아도 최대 3군데를 넘지 않도록 할 것을 추천 드렸다.

왜 어떤 곳에는 판매처를 늘리라고 하고 어떤 곳에는 판매처를 줄이라고 했을까? 효율적이며 적절한 숫자의 판매처는 도대체 몇 개를 뜻하는 것일까?

적절한 판매처의 숫자는 원칙을 알면 간단하게 정할 수 있다. 이러한 판매처의 숫자 관리에 추천하는 방법은 ‘황금비율의 법칙’이다. 황금비율은 예전부터 조개의 성장 비율 등 다양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데 사용되어 왔다. 과학적이라기 보다는 경험칙적으로 상당히 유용한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황금비율은 1.618:1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대로 판매처도 관리하면 상당히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만약 총 생산액이 1억 원이 넘지 않는다면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판매처 한 군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한 군데에 집중해야지 내가 하는 노력이나 비용도 줄어들고, 상대편도 나를 존중해준다. 로컬푸드나 농협 계통출하 등을 권한다. 가격이 좋을 때 가격을 높게 받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가격이 안 좋을때도 안정적으로 판매해주는 곳이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연간 총 생산액이 1억 원이 넘어가면 판매처를 두 군데 정도로 늘릴 것을 권한다. 한 군데는 주력 판매처로, 또 한 군데는 보조 판매처로 만드는 것이 좋다. 비율은 1.618:1 이다. 황금비율이다. 100%로 환산해서 말씀드리면 주력 판매처에 62%를 판매하고, 보조 판매처에 38%를 판매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주력 판매처에게 판매를 거절당해도 보조 판매처의 판매를 늘려서 해결이 가능하고, 보조 판매처에서 판매를 거절당해도 주력 판매처에 부탁할 수 있다. 협상력도 높아진다. 주력 판매처의 상인도 보조 판매처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농가를 함부로 대하기 어려워지고, 보조 판매처도 마찬가지다.

단, 연간 총 생산액이 2억 원이 안된다면 판매처를 3개 이상 늘리는 것은 좋지 않다. 매출이 2억 원도 안되는데 판매처가 5군데, 6군데 된다면 집중적인 판매처 관리도 어렵고, 상대편도 나를 뜨내기로만 생각할 것이다. 또한 두 군데와 거래하는데 똑같이 50:50으로 판매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 균형이 조금만 깨져도 상인들 중 한 명은 나에게 다른 상인을 더 중요시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 있다. 차라리 나에게 더 중요한 상인과 덜 중요한 상인을 정해놓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만일 연간 총 생산액이 5억 원을 넘는다면 주 거래처를 세 군데 이상 가져가는 것이 좋다. 이때도 황금비율대로 분할한다. 100%를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50:30:20 정도가 된다. 4군데의 판매처면 45:28:17:10 정도가 된다. 이 비율대로 판매처별 매출액을 관리한다면 여러 가지로 좋다. 중요한 판매처가 명확하여 관리도 집중해서 할 수 있다. 또 판매처와의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황금비율의 원칙에 따라서 매출이 5억 원이 넘는 농장에는 새로운 판매처가 필요하다고 자문했던 것이고, 매출은 2억 원인데 10군데가 넘는 판매처에 판매를 하던 분께는 판매처를 2군데 정도로 줄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이다.

이제 만물이 고개를 숙이고 추수를 하게 되는 가을이다. 풍요로운 가을이지만 농부의 마음에는 판로에 대한 걱정이 많을 것이다. 올 가을부터는 한 번 이러한 황금비율의 원칙에 따라 판매처를 관리하여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판매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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