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경 정남진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

[한국농어민신문] 

45년 만에 쌀 산업이 붕괴돼 가고 있다. 계절진폭은 고사하고 수확기 때 40kg 기준 6만5000원이던 벼 가격이 4만5000원으로 2만원이나 하락했다. 전년 대비 무려 30%가 떨어진 것이다. 기름값 및 모든 농자재 비용이 30% 이상 오른 반면 유일하게 쌀값만 떨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쌀 산업이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은 우리민족의 주식으로, 고대부터 내려오는 소중한 자산이자 문화로 우리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식품이다. 그만큼 쌀 산업은 기간산업이고, 생명산업으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산업이다. 따라서 쌀만큼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한다.

1980년대까지 양곡정책에서 이중곡가제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정부가 쌀, 보리 등 주곡을 농민으로부터 비싼 값에 사들여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 팔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1991년 양곡관리법 제22조에 의거해 미곡종합처리장(RPC)을 농협과 민간에 시범 설치하고, 1992년에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통해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쌀 산업 경쟁력 제고와 미질향상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라는 미명하에 정부는 슬그머니 쌀 산업에서 발을 빼고, 국민의 주식인 쌀을 농협과 민간책임으로 돌리고 마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모든 농산물은 킹(King)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 법칙은 17세기 말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킹이 정립한 법칙으로, 곡물의 수확량이 정상 수준 이하로 감소할 때 그 가격은 정상 수준 이상으로 오른다는 법칙이다. 따라서 농산물은 완전경쟁 상품이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가격결정이 되기 때문에 수요정책과 공급정책을 세심하고 조화롭게 해야 한다. 쌀도 마찬가지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지만 자원이자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모든 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지금 쌀값으로는 농자재 값도 안 된다는 농민의 투정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는 쌀 산업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기다. 쌀 소비는 급격하게 줄고 공급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쌀도 다른 품목처럼 5개년 계획과 10개년 계획 등 중장기적 계획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농민들의 거친 아우성보다 위정자들의 침묵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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