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비록 다수의 의견, 지배적인 의견은 아니더라도 현장 어민들의 의견,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이면 해수부가 와서 좀 듣고, 들어보라고 했는데, 해수부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오늘 나오지 않았다. 정말 유감이다. 해수부의 정책과 배치된다고 해서 배제할 것이 아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수산자원관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포럼을 공동주최한 안병길 국민의힘(부산 서구·동구) 의원이 행사에 앞서 인사말로 언급한 대목 중 일부다.

포럼 내용은 명태 등 우리 해역에서 자취를 감춘 어종이 ‘정말 어업인들의 남획 때문에 사라진 것인가?’를 시작으로 북서태평양 연안국인 중국·러시아·일본·한국·대만의 대륙붕 면적 대비 어획고, 한국 영해에서 한국과 중국의 연간 어획고 등을 비교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어획량 감축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한국 정부의 수산자원관리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다.

이날 주제발표는 정석근 국립제주대학교 교수가 맡았는데, 정 교수는 일본·러시아·미국 등의 수산학자의 연구결과와 동해안과 위도가 비슷한 홋카이도에서도 명태 어획고가 크게 감소한 현상 등을 들며 동해안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춘 이유가 어민들의 남획 때문이 아니라 서식지가 북상한 때문이라고 했다.

회유성 어종을 대상으로 총허용어획량(TAC)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고등어·전갱이·꽃게·오징어·도루묵·갈치·참조기·삼치 등이 회유성 어종인데, 이들 어종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국과 일본·중국 영해를 넘나들면서 생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이 안잡으면 중국이 잡는다’는 의미다.

TAC란 연간 잡을 수 있는 량을 설정하고 그 이상은 잡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한국 정부의 수산자원관리 핵심제도이기도 하면서, 앞서 언급된 회유성 어종들은 모두 TAC 대상 어종들이다. 한국인이 주로 먹는 생선 대부분이 이에 속하며 이런 점에서 이들 어종을 '대중성 어종'이라고도 한다.

정 교수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연구 이니셔티브(Sea Around Us)의 자료를 인용해 우리 영해에서 잡은 한국과 중국의 어획량 그래프도 공개했다. 80년대 중반부터 한국은 급격히 어획량이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계속 늘었다. 그것도 한국 어획량이 줄어든 만큼 중국이 더 잡은 것으로. ‘우리 영해에서?’ 싶었다. 자료를 다시 봤다. ‘우리 영해’가 맞다.

근거도 모른 채 ‘명태가 사라진 이유가 남획 때문’이라고 믿어왔던 신념(?)이 흔들린다. 그리고 한국·일본·중국 영해를 넘나드는 고등어와 오징어 같은 회유성 어종을 우리 어민은 덜 잡아야, 혹은 량을 정해놓고 잡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정부 정책과 관련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해당 부처에 ‘참석해 의견을 들어보라’고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말단 담당자조차 참석을 하지 않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소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더 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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