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그거 우리 건 아닌데.”

며칠 전 식사자리에서 M사가 출시한 ‘한국의 맛’ 햄버거를 화두에 올리자 돌아온 말이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창녕 마늘은 우리나라 품종이 아니고 스페인 품종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지만 품종은 외국산. 그러니 진짜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어 우리나라 주요 품목인 사과와 배, 포도 등의 품종 얘기가 뒤따랐다. 부사 사과, 신고 배, 샤인머스켓 포도‧‧‧.

최근 상주에서 만난 한 수출청년농업인도 비슷한 얘길 했다. 그는 우리 정부에서 개발한 포도 품종 홍주씨들리스를 재배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 ‘애국심’을 첫 손에 꼽았다. 다른 품종도 좋지만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라면 국산 종자로 생산한 농산물이 더 의미 있지 않냐고도 했다. 국산 품종 농산물이 보다 한국적이라고 생각해서 한 얘기일 것이다.

신선농산물 주력 수출 품목으로 파프리카가 있다. 그러나 종자는 외국산이라서 해외에 많은 로열티를 지불한다. 파프리카 수출통합조직 코파(KOPA)에 따르면 파프리카 종자 1봉지(7g) 가격은 50~60만원에 달하고, 이는 금 두 돈(7g)에 비교될 만큼 비싸다. 연간 파프리카 종자 수입액은 약 130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정부와 민간에서는 국산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은 마무리 됐지만 정부와 민간이 협력한 ‘골든씨드프로젝트(GSP)’가 대표적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한 10년간의 대장정 프로젝트로, 금값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고부가가치 종자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GSP는 950여종 개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SCI급 관련 논문도 750여건에 달한다.

그렇다면 현장에선 개발한 품종을 얼마나 재배하고 있을까. 대부분 모르고 재배까지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는다. 제대로 된 홍보와 재배매뉴얼 등이 보급되지 않아 몇몇 품종만이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쳤다는 불만어린 표현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국산 종자 개발 및 보급 필요성은 다양하다. 종자 자급에 따른 식량안보 이외에도 우리 기후에 맞고 신품종에 따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단적으로 킹스베리와 금실은 좋은 사례다. 수출 딸기 품종이 다변화됐고 특유의 크기와 맛으로 시장에서 수요를 늘려나가고 있다. 

그때 만난 수출청년농업인은 이렇게 말했다. “샤인머스켓 차기 포도 품종은 우리가 개발한 홍주씨들리스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어서 시범사업 이후 재배를 이어가고 있는 농가는 거의 없어요. 저희는 포도 봉지 색을 바꿔보는 등 최적의 재배법을 찾고 있어요. 농가들은 2~3년 수익을 포기할 수 없어요. 개발 후에도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영진 글로벌수출팀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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