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3분기 축산관측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사룟값과 유류비 등 생산비 상승으로 농가 사육 의향이 꺾여 있는 시점에 추석 이후 주요 축산물 가격에 대한 하락세가 예고돼 축산 농가 설자리가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하반기에 전년 대비 ‘생산비는 상승, 가격은 하락’이란 최악의 교차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 2일 발표한 3분기 축산관측에선 이런 신호가 감지됐다. 여기에 축산관측엔 제대로 담기지 않았지만 할당관세로 무관세를 등에 업은 수입 축산물이 이런 현상을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축산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생산비·규제가 모돈 사육 의향 꺾어육계도 병아리 입식 줄 전망

축산관측에 따르면 향후 돼지 생산 규모의 바로미터가 되는 모돈(어미돼지) 사육 의향은 내년 초까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110개 표본농가 조사 결과 모돈 사육 의향은 9월에 전년 대비 0.1% 줄어드는 것을 시작으로 10월 0.2%, 11월 3.8%, 12월 3.8%, 내년 1월 3.7% 등 사육의향이 전년 대비 지속해서 감소 의향을 보였다. 모돈 감소는 이후 비육돈 생산 감소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는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지난해와 평년 이상의 돼지 가격이 형성돼 있는 가운데 나온 의향 조사 결과다. 농경연은 사룟값을 비롯한 생산비 증가가 모돈 사육 의향 감소의 주원인으로 봤다. 여기에 한돈업계에선 환경·모돈이력제·8대 방역시설·이동제한 등의 ‘정부 규제’도 농가 사육 의향을 꺾은 것으로 분석한다. 

낙농가 역시 양돈농가와 비슷한 선택지를 내놓고 있다. 생산비 상승에다 낙농제도 개편으로 정부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했던 낙농가들의 사육 의향도 위축됐다. 축산관측에 따르면 3분기 송아지 생산 잠재력 지수는 전년 대비 10.7%, 4분기에도 3.3% 감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젖소 사육 마릿수도 12월엔 지난해보다 3.3~4.0% 감소한 38만6000~38만8000마리로 추정됐다. 자연스레 원유 생산량도 지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육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생산비 상승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담합 건에 수입닭고기 급증, 저가치킨 경쟁 등으로 속앓이 하는 육계업계의 경우, 9월 병아리 입식이 지난해 대비 1.7%, 10월에도 1.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농경연은 계열업체 입식 계획에 따라 전년 수준까지 증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제했지만, 수입산 물량 급증 등 계열업체가 입식 물량을 늘릴 요인은 크지 않다.  
 

하반기 한우·돼지고기 가격 하락 예고수요마저 줄면 ‘최악의 상황’

대표 축종인 한우·돼지고기 가격은 하락세가 예고됐다. 한우의 경우 4분기 도매가격이 ‘수요가 있을 경우’ 1만9000~2만원(kg)을, ‘수요가 감소할 경우’엔 1만8000~1만9000원까지 예고됐다. 지난해 4분기 한우 도매가격은 2만1000원이었다. 수요가 발생함을 가정했을 때에도 지난해보다 도매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것. 사룟값·유류비를 비롯한 각종 생산비가 상승함에도 한우 가격은 되레 하락할 것으로 나타나 한우 농가 근심을 키우고 있다. 만일 수요마저 감소할 경우 한우 농가들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한우업계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타 축종 대비 그래도 시세가 지지됐던 돼지 도매가격도 추석 이후엔 어둡게 관측됐다. 9월 돼지 도매가격이 kg당 5100~5300원으로 지난해(5374원) 대비 1.4~5.1% 하락할 것으로 예고됐다. 한돈협회에선 사룟값이 급등하는 시점이었던 지난 봄철 높아진 생산비로 농가 손익 분기점을 돼지 도매가격 5000원으로 분석했다. 이미 여름을 전후 사료가격은 더 올라 하반기 이후 양돈농가의 심각한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 
 

무관세 축산물 밀려들어오면 폐업 잇따라결국 소비자 피해

이번 축산관측에 담겨 있진 않았지만 축산업계에선 생산비 상승과 정부 규제에다, 할당관세로 인한 축산물 무관세 수입이 농가들의 사육 의욕을 꺾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 물가 잡겠다는 할당관세가 ‘정부 불신 및 지속적 가격 하락 우려→농가 사육 의욕 저하→생산량 감소→축산물 출하량 감소’로 이어져 결국엔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축산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축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생산비 상승 등이 맞물려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축산농가에 할당관세는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됐다”며 “축산업은 새롭게 진입하기도 어려운데, 기존 농가까지 그만두게 되면 국내 축산 농가의 설자리는 계속해서 좁아지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옮겨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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