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당당치킨 조리종사자 등이 포함된 홈플러스노조는 8월 31일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노동자의 땀으로 튀긴 치킨은 오래 갈 수 없다'고 호소하며 홈플러스 경영진에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당당치킨 조리종사자 등이 포함된 홈플러스노조는 8월 31일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노동자의 땀으로 튀긴 치킨은 오래 갈 수 없다'고 호소하며 홈플러스 경영진에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홈플러스노조 인력 충원 촉구

일방적 희생 전제 ‘초저가 열풍’
닭고기산업 계륵 우려도

유통업체의 저가치킨 경쟁에 도화선이 된 홈플러스 당당치킨에 대한 비판론이 내부에서부터 불붙었다. ‘노동자의 땀으로 튀긴 치킨은 오래갈 수 없다’며 당당치킨을 직접 조리하는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 여러 부정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납품처인 유통업체의 저가치킨 경쟁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지적할 수 없는 기류가 닭고기업계에 형성<본보 8월 26일자 9면 참조>돼 있는 가운데 나온 저가치킨에 대한 공식적인 첫 문제 제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지부장 주재현)는 8월 3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강서점) 앞에서 ‘당당치킨 조리 인력 즉각 충원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당당치킨이 첫 출시된 이후 두 달간의 내부 실상이 공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저가치킨의 이면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신순자 홈플러스 금천지회장(조리노동자)은 “당당치킨이 처음 시작될 때는 그래도 해볼 만했다. 장사도 잘 되니 우리도 좋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점점 업무강도가 늘어나면서 배가 아파도 참고 참다 화장실에 가야했고, 밥 먹고 바로 와서 허겁지겁 일해야 했다. 현재 팔다리를 제대로 못쓸 지경까지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조리노동자 실상을 옆에서 지켜본 한정연 홈플러스 간석지회장도 “당당치킨으로 인해 조리노동자들이 쉬는 시간도 없이 눈에 실핏줄 터져가며 곡소리 내면서 일하고 있다”며 “하는 사람도 힘들고, 보는 사람도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동자들의 현장발언과 함께 홈플러스지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시간 점심시간이 30분으로 반토막 나고, 휴식시간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뜨거운 튀김통 앞에서 일해야 한다. 조기출근과 연장근무가 일상이 되고 휴무일조차 불려 나오고 있다”며 “당당치킨은 노동착취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자들 희생과 노동 착취가 문제되자 홈플러스는 부랴부랴 적정생산량을 조정하겠다고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조리 노동자 수는 그대로인 가운데 당당치킨 외에 유사상품인 당당양념치킨, 당당콘메오치킨, 당당매콤새우치킨 등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경영진은 지금 당장 적정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플러스 노조원들은 조리 노동자 수는 그대로인 가운데 당당치킨 외에 유사상품이 연이어 출시되며 노동 강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한 홈플러스 당당치킨과 유사상품 판매대.
홈플러스 노조원들은 조리 노동자 수는 그대로인 가운데 당당치킨 외에 유사상품이 연이어 출시되며 노동 강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한 홈플러스 당당치킨과 유사상품 판매대.

한편 이번 기자회견 내용을 놓고 볼 때 유통업체의 저가치킨은 일방적인 한쪽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이었다. 결국 닭고기업계의 드러내놓고 말할 순 없는 우려의 시선처럼 당당치킨이 촉발한 유통업체의 저가치킨 논란은 12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과 비슷한 전철을 밟으며 닭고기산업의 ‘계륵’으로 전락한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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