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는 지난 24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전국여성농민 기자회견 및 2022 전여농 정책대회를 열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는 지난 24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전국여성농민 기자회견 및 2022 전여농 정책대회를 열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공동경영주 제도 개선 통해
농민수당 지급대상 포함 등
여성농민 노동 적절히 보상을

농업인구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농민의 노동이 여전히 ‘적절히 보상받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에 머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현 농업경영체 등록제도가 여성농민들의 직업적 지위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여성농민들이 공익형직불금·농민소득 등의 정부지원정책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같은 주장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이 지난 24일 국회도서관 2층에서 개최한 ‘여성농민 법적지위 보장과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한 2022 전여농 정책대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정책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여성농업인의 다양한 역할과 노동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윤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여성농업인은 농업인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엄마, 며느리, 부인 등 가족 구성원의 역할, 더 나아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마을에서 돌봄을 통한 지역공동체 유지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노동은 여성농업인이 당연히 해야 하는 노동으로 인식돼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농업인이라는 법적인 지위로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 사는 한 여성농민은 “토종 종자가 좋아서 귀농한 뒤 지금까지 10년 넘게 200평 조금 넘는 밭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그러나 땅이 300평이 안 되기 때문에 농업인으로 인정을 못 받아 결국 농민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농민은 평생을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지었지만, 마을사무장으로 선정돼 4대 보험을 받는다는 이유로 공동경영주 자격을 상실, 조합원 자격이 박탈됐다. 30년 넘게 농사지으면서도 농협조합원 가입이 어려운 여성농민의 사례도 소개됐다.

전북의 한 여성농민은 “내 이름으로 된 농지도 없고 대부분의 농자재 구매와 농산물 판매는 남편 이름으로 하고 있어서 조합원 등록이 어려웠다. 다행히 복수조합원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이를 무력화하는 지역농협의 이사회결정으로 복수조합원 등록이 불가능했다”면서 “해마다 조합원실태조사로 잘려 나가는 게 여성농민이다. 경영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 명의의 거래가 없다는 이유로 남편 사후에 겨우 조합원 자격을 승계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오순이 전여농 정책위원장은 ‘여성농민의 법적지위 보장 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공동경영주에게도 경영주와 같은 권한을 부여해 최소한 공동경영주 자격을 갖추면 조합원 가입과 작목반 가입이 자유로워야 하며, 본인 명의의 정책자금 대출, 정부 정책 신청은 물론 농민수당 지급대상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경영주 인정기준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주의 배우자만 공동경영주로 인정된다는 점과 겸업 등 다른 직업을 가지면 안 된다는 점 등의 불합리한 부분은 수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다른 직업을 가지면 안 된다는 조건은 농업소득이 연간 평균 1000만원도 채 못 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못 살고 가난해야 공동경영주로 인정된다’는 말과 같다.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같은 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여성농민 법적지위 보장과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여성농민 법적 지위 보장하는 농민기본법 제정 △공동경영주 제도 개선 및 법적 근거 마련 △벼 구곡 전량 시장격리, 신곡 선제적 시장격리 △목표가격 부활 및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 지급 △소규모농가부엌법 제정 및 여성특화건강검진 전면 실시 등을 요구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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