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지난 7월 한 달 동안 한국으로 들어온 소고기와 돼지고기 물량은 9만1839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이다. 수치만 보면 물량의 많고 적음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수입량(7만6199톤)과 비교하면 피부에 와 닿는다. 무려 20.5% 증가했다. 최근 5년(2017~2021년) 간 7월에 반입된 평균 물량(8만2615톤)과 비교해도 약 11% 늘어났다.

왜 이렇게 늘었을까?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의 일환으로 돼지고기에 이어 소고기와 닭고기 등 수입 축산물에 부과되는 할당관세를 7월 20일부터 면제하면서 수입 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입단가는 내렸을까? ㎏당 소고기 수입단가는 지난해 7월 7.71달러에서 올 7월 8.95달러로 상승했다. 쇠고기 수출국도 한국처럼 국제곡물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생산비가 오르면서 수입단가도 약 16%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가격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멕시코산 냉장 삼겹살 가격은 6월 2357원에서 7월 1990원(롯데슈퍼)으로 15.6% 내렸지만 관세 인하분(22.5%)에는 미치지 못했다.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 가격도 유통업체별 1580원(100g)에서 최대 2780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소시모는 일부 유통업체가 가격 인하 대신 한시적으로 회원에게 할인하는 방식으로 판매해 관세 인하가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 물가대책 후폭풍은 국내 축산 농가들이 짊어질 모양새다. 양돈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돼지고기 자급률 70%가 무너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사료가격 폭등으로 농가 경영이 악화되면서 생업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불가피하게 가축을 키우고 있는 농가도 사육규모를 줄이며 겨우 농장을 끌고 가고 있다.

축산 농가들이 더 화가 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수입 축산물 홍보를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 메뉴로 갈비 양념구이를 제공했다. 그런데 그 갈비의 재료는 한우가 아니었다. 미국산 소고기였다. 또 무관세 시행 이후 대형마트를 찾은 농식품부 고위관료는 수입육 할인행사를 실시하는 유통업체 관계자를 격려했다.

8월 25일 열린 축산경영학회 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11일 축산 농가들의 집회 이후 한 지자체 관계자에게 연락이 왔다. 농가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축산 농가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느꼈기 때문이다.

축산 농가들도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 대책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농가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아마추어였다. 생산비 급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농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대책 마련은커녕 무관세 수입 대책을 발표했고 사전에 충분한 교감도 이뤄지지 않았다. 농가들이 분노한 이유다.

축산 농가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어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농식품 물가 안정을 1순위로 꼽을 만큼 여전히 물가에만 매달리는 모습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에 축산 농가들이 마음 편히 기댈 수 있을까.

이현우 축산팀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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