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용 더클라우드팜연구소장

[한국농어민신문] 

시대를 관통하는 국가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이다. 이 기초적인 인간의 생존지지 문제가 지역공동체와 국가의 근간이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이 백성들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삶이다. 이것이 충족되고 나서 보다 나은 생활, 보다 나은 생각과 가치추구 등이 의미를 갖는다. 설움 가운데 가장 서러운 것이 바로 배고픔이라고 하지 않는가.

통일벼로 일컬어지는 다수확 쌀 품종개발과 쌀의 자급달성은 획기적인, 국가차원의 정치적인 성공으로 남아 있다. 흰 쌀밥에 쇠고기국이 가장 사치스런 밥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에서 벼 도둑이 성행하였고 먹고살기만 해도 좋으니 남의 집 머슴살이라도 할 수 있다면 다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문전옥답(門前沃畓)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아련함이 있다.

1980년 대 이후 농산물 시장개방과 함께 식량자급률제고 목표가 제시되어 왔다. 「2018∼2022 농업·농촌·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는 식량자급률을 2016년 50.9%에서 2022년 올해까지는 55.4%로 4.5%포인트 늘린다고 하였다. 곡물만의 자급률도 같은 기간 23.8%에서 27.3%로 3.5%포인트 증가시키겠다고 하였다. 물량적인 측면에서 '안전한 먹거리 공급체계 구축'을 정책 목표로 삼았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신뢰를 보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의 식량과 곡물 자급률 목표의 달성은 말로만 그칠 공산이 매우 커졌다. 사실 2022년도 자급률의 목표치는 기존의 수치보다 5%포인트 정도 낮게 재조정된 수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2022년 4월에 정부가 내놓은 2020년 기준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은 20.2%이다. 정부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2년 동안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을 각각 9.6% 포인트, 7.1%포인트 올려야 하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사실 매번 마련한다는 자급률제고방안은 고전이 되었다. 그리 특별할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 우량 재배면적을 확보하겠다. 생산성제고를 위해 매진하겠다. 농민들의 소득도 보전하고, 우리농민들은 걱정 없이 농사를 짖도록 하겠다고 발전계획을 통해 선언하였다. 올해가 그러한 선언의 결실을 평가해야 하는 마지막 해이다. 

지금 정부가 제시하는 방안자체가 믿기 어렵다. 식량작물의 대부분은 노지재배를 특성으로 하고 있어서 농지확보는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세종시면적의 3배가 사라졌고 계속 사라지고 있다.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를 기대하지만 곡물의 대표격인 쌀의 생산성은 지난 10년 10a 당 500~510kg에 머물고 있다. 소득이라도 보장되면 모르나 그렇지도 않다. 농가소득은 상대적으로 낮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무슨 물가 이야기만 나오면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느니, 소비자 생활에 주름이 간다느니 하면서 농산물을 주범으로 몰고 있다. 그리고 나서 물가안정을 위해 비축 농산물을 푼다, 수입물량을 늘린다 난리법석이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라 우리가 먹는 한 끼의 비용이 얼마나 될지. 한 달 통신비를 얼마나 지출하고 있는지, 자동차 연료비를 얼마나 지출하고 있는지. 

올해 들어 쌀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는 세계정세 탓을 하면서 자급률제고가 필요하다고 응수해 버린다. 지역농협에서 올해 수매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아우성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신문에서는 “[윤석열 정부 100일] ‘식랑안보·밥상물가’ 두마리 토끼 잡았다”라는 실소를 금치 못할 보도도 하고 있다. 이러고도 장기적으로 농민들에게 식량 자급을 위해 생산을 더하자고 말할 수 있을런지. 쌀 가격조차 정부가 보장하지 못하면서 무슨 식량자급을 농민들의 수고를 통해 이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여러 조건을 만들고 가꿔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안심하고 쌀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강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농민들은 소득이 보장된다면 더 열심히 더 많은 면적에 농사를 지을 것이다.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크기의 농지에서 농사를 극성적으로 지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농민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식량자급률이 상승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면피하려는, 비껴가는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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