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정부는 매년 편성하는 전체 예산 중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성이 있는 예산을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해당 예산이 여성과 남성 모두가 동등하게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짜였는지 점검해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취지에서다.

얼마 전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회계연도 성인지 결산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평가에 눈길이 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부의 성인지 예산은 13개 사업에 3608억600만원이 편성됐고, 이중 3535억4300만원이 집행돼 98%의 집행률을 보였다. 이 집행률만 놓고 보면 농식품부의 성인지 예산 집행이 매우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산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성인지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모호한 사업들이 있었고, 여성의 수혜 비중을 형식적으로 맞추면서 성과가 부진한 사업들도 나타났다. 특히 성인지 대상사업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한국농수산대학교육운영 사업이 대표적이다.

농식품부는 한국농수산대학교육운영사업 성과목표를 여성 수혜율 21.2%로 설정해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대학 정원의 21.3%가 여성으로 나타나 성인지 목표는 달성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대상자는 한국농수산대학교의 입시지원자이며, 사업수혜자는 한국농수산대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이다. 사업대상자 선정이 성별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또 선발되는 구조도 성별이 아닌 고등학교 교과 성적과 면접 등 지원자의 객관적인 역량에 근거한다.

예산정책처는 학교가 객관적인 역량을 토대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점, 이에 따라 해당 사업은 양성평등적 요소를 고려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재검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 여성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식품부 성인지 예산사업을 살펴보면 단순히 분석평가가 용이한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적한 한국농수산대학 사업도 마찬가지”라면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은 여성농업인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을 갖고, 성인지 예산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촌은 상대적으로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성인지 감수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농식품부가 여성의 수혜 비중을 기계적으로 맞추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양성평등 제고 측면에서 성인지 예산사업을 보다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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