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수입량·사육 마릿수 증가 등
추석 이후 돼지고기 도매가격
kg당 4800~5100원 전망
“5000원 이하 땐 농가 30% 도산”

농식품부 ‘안정 방안’으로
추석 전 출하 확대 주문
농가 “출하할 물량 없는데…
실질적인 대책 될 수 없어”


“추석 전 돼지 출하 늘리라는 건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추석 이후 가격 떨어지는 걸 아는 농가들이 추석 전 출하를 못하는 건 현실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추석 이후 대책인데, 정부가 그걸 마련하고 있습니까.”

여름철 무더위로 지연됐던 물량 출하와 수입 증가에다, 가을철 소비 침체기에 이른 추석까지 더해져 추석 이후 양돈산업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이를 인지한 정부도 추석 전 돼지 출하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데, 양돈업계에선 이는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추석 이후 양돈산업 침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열린 2022년 제1차 양돈수급조절협의회에선 8월 중순 현재 5000원 중반대(kg)인 돼지 도매가격이 추석 이후 4800~51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육 마릿수 증가와 무더위로 출하가 지연된 물량에 할당관세로 인한 수입량 증가 등이 맞물려 가을철 국내 시장에 돼지 공급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돈수급조절협의회에서도 8~9월 돼지 도축마릿수 합계는 평년과 전년 대비 각각 2.7%, 7.5% 증가할 것으로 발표됐다. 수입량 역시 이미 상반기 수입 물량이 지난해보다 45.4%나 급증한 가운데 하반기 할당관세로 인한 무관세 물량까지 더해지면 기록적인 돼지고기 수입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9월 초로 추석 대목이 상당히 일러 추석 이후 소비 침체기는 상대적으로 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들이 겹쳐질 경우 추석 이후 김장철 전까지 돼지고기 가격은 예상보다 더 낮은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미 대한한돈협회에선 사룟값 급등 등 치솟는 생산비로 돼지 도매가격이 5000원 이하로 하락할 경우 30% 이상의 농가들이 도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반기 가격 하락 시 양돈농가에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감지한 농식품부에서 추석 전·후 돼지고기 안정 방안으로 농가에 추석 성수기 출하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가가 추석 성수기 추가로 돼지를 출하하면 추석 전 가격 상승 압력 완화 및 추석 이후 가격 하락 폭 축소라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양돈농가들은 추석 전 출하 확대 요구는 가을철 양돈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돈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추석 이후 돼지고기 가격은 크게 떨어진다. 더욱이 올해는 상당히 이른 추석이라 그런 현상이 더 커질 것이며, 상식적으로 봐도 어느 누구보다 농가들이 이걸 잘 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출하할 물량이 없으니까 출하하지 못하는 것이다. 추석 전 출하하라는 건 양돈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을철 돈육 시장은 이른 추석과 증체 물량 출하 증가에,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할당관세)까지 더해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울 것 같다. 더욱이 9~10월 할당관세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면 상상도 하기 싫은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적어도 정부에선 이에 대한 시나리오와 대책을 미리 만들어 놔야 하는데, (발표하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수급조절협의회에선 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현재 관련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 등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사료비 등 늘어난 생산비와 관련해 일단 두 번의 대책이 나온 상황이고 계속해서 모니터링도 해 나가고 있다. 이외 하반기 (생산비 이하로의) 돼지 가격 하락과 관련해선 신규로 검토하고 있는 것들이 있지만 아직 공개할 상황은 아니고, 예산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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