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I 고랭지 채소 주산지 현장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고랭지채소 주산지 현장토론회’가 지난 10일 대관령원예농협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농업관측센터 연구원들과 고랭지채소 생산자,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고랭지채소 수급 점검 및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고랭지채소 주산지 현장토론회’가 지난 10일 대관령원예농협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농업관측센터 연구원들과 고랭지채소 생산자,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고랭지채소 수급 점검 및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과 연작 피해 등으로 고랭지채소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은 지난 10일 대관령원예농협 회의실에서 ‘고랭지채소 주산지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홍상 원장을 비롯한 농업관측센터 관계자, 유영환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 조합장, 김시갑 고랭지채소생산자협의회 회장, 이준복 강원도청 농산경영팀장 등이 참석해 고랭지채소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수급 안정을 위한 중장기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인사말/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시의성 있는 관측정보 제공 중요”

원예농산물은 기상 변화에 따른 수급의 불확실성이 높아 시의성 있는 관측정보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업관측센터에서는 관측정보의 정확성·신뢰성 향상을 위해 농가 전화 조사와 더불어 표본농가 대상 실측조사와 드론을 활용한 원격탐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주요 5대 채소류를 대상으로 재배면적, 생육상황, 생산량을 직접 측정하는 실측조사는 2023년까지 감자, 양배추로 조사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평창 등 고랭지채소 주산지 드론 촬영을 통한 항공영상 정보 수집은 촬영지역을 확대함으로써 관측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최근 우리 농업을 둘러싼 급격한 대내외 여건 변화로 농산물 수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엽근채소류와 감자 등의 농산물은 밥상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최근 언론에서도 자주 보도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빨라 추석시기 농산물 수급에도 소비자의 관심이 매우 높은 상태다. 고랭지채소 생산자와 수급 관련 유관기관, 그리고 연구원이 함께 수급 상황 및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이번 행사로 고랭지채소 수급 안정과 활용도 높은 관측정보 생성을 위한 소중한 한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고랭지채소 수급 동향/한봉희 엽근채소관측팀장
“배추 재배면적 전·평년대비 감소”

2022년 고랭지배추 생산량은 전년 및 평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출하가격이 낮았고, 연작피해 우려 때문에 재배면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4% 감소한 5316ha로 파악됐다. 또한 5월 가뭄이 있었고, 7월 상순 다시 고온이 발생해 전반적인 작황은 좋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노지봄배추 저장량이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12%, 15% 감소한 상태며, 모니터링 결과 감모율이 평년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8~9월 출하되는 노지봄배추는 더 적을 것으로 현재 예측하고 있다. 

월별 출하의향 면적을 파악 해본 결과 8월 출하면적은 지난해 보다 감소하나 이른 추석으로 7월이나 9월보다는 감소폭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이한 것은 10월 출하의향 면적이 전년보다 약 4%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을 파악해보니 가격이 7월부터 계속 높게 형성돼 10월에 출하되는 준고랭지 2기작의 재배의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월에 조사했던 재배의향보다 약 4.5%P 증가한 것이다. 

시기별 작황을 모니터링 한 결과 8월 상순에 출하되는 배추 작황은 평균보다는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7월 상순 고온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았고, 현재 무름병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지만 추석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8월 하순과 9월 상순에 나올 배추들은 고지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평균 정도의 작황을 보이고 있다. 

추석 성수기 출하량은 평년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노지봄배추 저장량 감소와 고랭지배추 재배면적 감소가 원인이다. 아직 정식 시기는 아니지만 10월 하순부터 12월까지 출하되는 가을배추 재배의향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 상승과 연작피해 우려가 겹치면서다. 가을배추 재배의향은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1%, 2% 감소한 1만3206ha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농가들을 많나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이구동성으로 연작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또 생산비 상승 문제인데 비료가격이 상승하고,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가 상승해 농가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고랭지감자 수급 동향/조남욱 곡물관측팀장
“감자 작황 좋아 생산량 늘어날 것” 

2022년 고랭지감자 재배면적을 분석해보니 전년 대비 약 6% 줄어든 3659ha로 예측하고 있다. 일단 인건비가 부담이 되고, 전년도 출하시기 가격이 그렇게 높지 않았던 것이 재배면적 감소 요인으로 본다. 기상 여건은 전년 대비 양호한 상태이다. 지난해 6월에는 감자역병이 심했다. 또 7월 상순에 폭우가 내린 뒤 기온이 높아져 부패가 발생했다.

그래서 고랭지감자의 기상 여건은 전년보다는 조금 유리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양구와 춘천 등 일부 피해지역은 있다. 양구의 경우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양구군 해안면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면적으로 따지면 약 160ha 정도 된다. 피해 초기만 하더라도 해당 지역 생산량이 50%는 감소하겠다고 예상했으나 수확기로 접어들면서 피해율은 줄어든 것으로 보여 진다. 

올해 고랭지감자 생산량은 재배면적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황이 좋기 때문에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2%, 7%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8~9월 출하량은 전년과 평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나올 저장 노지감자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정부는 비축물량 4000톤을 가지고 추석 전까지 방출해 출하량 감소폭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정부 비축물량이 모두 방출될 경우 가격 상승 폭은 어느 정도 제한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전년 및 평년보다는 가격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장에서는 수미 품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수미 품종이 우리나라에 도입 된지가 45년이 됐다. 이렇다 보니 생산성이 저하되고, 병해충 발병이 증가하고 있는데, 농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대체 품종 육성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인건비 문제다. 지난해에도 높았는데 그 수준에서 13%가 더 높아졌다고 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토론  
“토양소독제 지원 확대인건비 문제 해결도 급해”

현장토론회에 앞서 관측을 위한 항공 촬영 시연이 있었다.
현장토론회에 앞서 관측을 위한 항공 촬영 시연이 있었다.

수급조절 매뉴얼 마련하고
농민들에 생산비 보장해줘야
‘반값 농자재’ 지속 지원 고민을

고랭지채소와 감자 수급 동향을 살핀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생산비와 인건비 상승, 정부 수급 정책의 문제 등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이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고랭지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 이에 따른 품종 개량이 시급하고, 연작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과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영환 조합장은 “강원도에서 연작 피해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특히 무·배추쪽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건 농가만 관리한다고 병이 번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원도에서 토양소독제 지원이 있었지만 전체 면적을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염려스러운 게 지구 온난화가 되면서 기온이 많이 올라갔는데 배추나 감자나 품종이 기후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품종을 개량한다고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시갑 고랭지채소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올해 25ha 면적으로 윤작 체계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사업 추진을 반대했었다. 대체작물을 심었을 때 대체작물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어서였다”며 “결국 사료작물이나 콩, 약초 같은 작물만 허용하기로 했는데, 앞으로 콩이나 약초에서도 문제가 나타나면 이 품목도 사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생산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문제도 시급한 해결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유영환 조합장은 “농자재 가격은 도와 지자체에서 연간 50%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있지만 인건비가 가장 문제다”며 “인건비가 오른 것도 오른 것이지만, 노동의 질이 과거보다 너무 떨어져 과거 100평을 했다면 지금은 70평 밖에 성과를 내지 못해 인건비가 거의 2배 올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인력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그 사람들이 가격을 올려 놓는 것이지 실제 노동자에게는 그만큼의 돈이 가지 않을 것”이라며 “농민 대표와 지자체, 농협,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 채널을 구성해서 인건비가 이렇게 오르는 이유가 뭔지를 좀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수급 대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 조합장은 “7~8월에는 가격보장이 안되고 병충해 위험도 있어 가뜩이나 재배를 피하는데, 물가 통제를 위해 비축 물량을 방출하는 정책을 하고 있다”며 “생산비와 노동력이 더 들었으면 최소한 수급조절 매뉴얼 기준이라도 올려놔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비축 물량을 푸는 것은 농사짓지 마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시갑 고랭지채소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정부를 이해할 수 없는 게 소비자의 수급 안정만 되면 농민들은 죽든 말든 상관없는 것 같다”며 “모든 게 다 마진까지 계산하고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데 농산물만큼은 그게 없다. 공급 안정을 위해 수입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농민들에게 생산비라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복 강원도청 농산경영팀장은 “인건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부분으로 도에서도 농촌인력지원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데 한계가 많다.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긴 어려울 것이고 인력관리시스템을 만들어 그곳을 통하게 하고 인건비 상승분에 대해서는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농자재 지원은 반값 농자재 공약으로 시행을 준비하는 곳이 있는데, 이게 WTO에 허용보조가 아니라 감축보조로 돼 있어 해마다 10~20%씩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숙제를 풀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홍상 원장은 “고랭지 같은 지역일수록 노동력 확보 문제도 있고 투입재 비용이 상승하고 있어 농가 채성성이 굉장히 악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늘 토론회가 현장의 고민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중심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잘 구축해 지역 스스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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