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김경미

[한국농어민신문] 

사회 곳곳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전 위해
농촌 공간 재구조화는 중요한 과제
‘농촌다움 포럼’서 하나씩 풀어가길

지난 7월12일 ‘농촌다움 포럼’이 출범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포럼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어촌공사, 충남·전북·대구·경북연구원, 농협경제연구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토연구원 등 연구, 행정, 현장 전문가가 참여한다. 농촌은 그동안 분산된 개별적인 개발로 인하여 도시 인구와 청년층의 포용, 일자리 창출, 생활권 형성에 한계가 있고, 거주지로 경쟁력이 있는 일부 지역도 공장 등이 입주하면서 정주환경이 악화되는 등 난개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다양한 개발정책의 효과를 분석하여, 농촌이 일터·쉼터·삶터로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구조화고 기능을 재생함으로써 지방소멸 예방과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할 때라고 보고 있다.

농촌공간의 재구조화는 어디에서 출발하면 좋을까? 그 첫발은 농촌이 장소로서, 공간으로서 갖는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농촌다움’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경험하고 상상하는 농촌다움은 다를 것이며, 농촌이라는 풍경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는 또 다를 것이다. 국민이 생각하는 장래 바람직한 농촌모습(KREI, 2022)은 ‘농촌다운 풍경과 자연경관이 있는 곳(32%), 농업여건이 좋은 곳(19.4%), 전통문화와 공동체가 잘 보전된 곳(7.5%)’으로 약 60%가 농업기반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귀농·귀촌인이 현재 거주하는 마을을 이주 목적지로 선택한 이유 중에도 ‘다른 곳보다 자연환경이 우수해서’가 48.3%로 농촌 경관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보편적으로 익숙한 농촌의 모습, 농촌다움이란 아마도 논과 밭(농경지)이 펼쳐져 있고, 농로와 도로가 인접해 있고, 이것이 산이나 하천과 어우러진 경관을 형성하고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혹은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집들이 있고, 축사가 있고 경운기나 트랙터가 지나가는 풍경이지 않을까? 

그러면 공간이란 어떤 곳일까? 사물의 의미는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공간은 일상적으로 물체와 물체 사이에 끼어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인간이 인식하는 장소와 실제 존재하는 장소의 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일본건축학회 편, 배현미·김종하 공역, 2006). 공간 또는 거리(간격)는 인간에게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두 사람 사이에 걸터앉을 수 있는 시설물이 적당한 거리에 놓여 있다면, 그곳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소가 될 수 있다. 만약 간격이 너무 좁거나 넓다면 단순히 구조물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의자를 마주 보게 하면 사람들은 대화하기 좋은 환경으로 느끼게 된다. 그 거리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전혀 다른 의미의 장소로 받아들인다. 사람이 서 있는 위치, 거리에도 의미가 있다. 거리를 두는 간격, 적합한 거리(간격), 기다리거나 걷거나, 접근하거나 멀리하거나, 이야기하거나 접촉하거나 잠시 머물고 싶어지는 거리를 생각하여 검토하여야 한다.

우리가 공간 안에서 하는 행동은 사회생활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 공간 안에서 행동하는 방식은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암묵적인 규칙이자 질서가 되고, 이로써 일상의 인간사회가 원만하게 움직이며 또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 이를 농촌공간에 빗대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이 오가던 골목과 돌담, 그들이 모이던 마을회관, 그들에게 익숙한 논, 밭, 둠벙 등이 어우러진 풍경이나 농업유산이 있고, 삶의 방식이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농촌공간 재구조화는 물리적 재구성에서 놓치기 쉬운 문화와 사람의 역사, 주민들이 낯선 사람들이 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낯선 사람이 머물더라도 포용하는 마을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면 오가는 이웃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 주민뿐 아니라 그곳을 방문하거나 경험하는 사람들도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고려되어야 한다.

정책은 큰 틀에서 논의된다. 지자체는 지역주민의 요구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고 머물게 할 방안을 검토한다. 이에 맞추는 기술개발 방향은 농촌공간 재구조화를 왜 하는가, 도시와 다른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 어떤 기능이 잘 발휘되도록 해야 하는가, 그리고 농촌공간이 농촌답게 재구조화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확인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다룬다. 농촌다움을 위한 공간 구성과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농촌공간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 유형별 모델 사례 발굴, 농촌공간 재구조화 기준과 표준지표 설정, 농촌공간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적인 데이터의 표준화, 환경, 생활, 사회분야 자료와 공간자료의 통합적 활용체계 구축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많은 사안은 개인의 재산권과 관계되고, 농지나 주택 상속이 늘어나면서 복잡한 상황이어서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농촌공간 재구조화는 우리 사회 곳곳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전되기 위해 중요한 과제이다. 일터와 쉼터라는 논의도 중요하겠지만, 삶터로서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가는 농촌공간에 대한 시각에서 ‘농촌다움 포럼’은 출발해주었으면 한다. 그 안에 쌓이는 데이터에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행동 모습과 생활 속에서 느끼는 사소한 요구들이 담겨서 정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삶터로서의 모습일 것이다. 농촌다움포럼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농촌주민의 삶터에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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