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업무 공백 피해는 국민에 고스란히
현장 투입 실무인원만 줄어들까 걱정
대민업무 공백 이어지지 않게 해야

행정안전부는 얼마 전 정부 조직 인력 감축, 재배치와 조직 진단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 인력운영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매년 1%씩 공무원 정원을 감축·재배치하는 통합활용정원제를 도입해 공무원 조직의 운영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우리나라는 직업으로써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한편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이중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가 국민적 불신에 대한 대답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연말기준으로 공무원 정원은 약 115만 명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중앙·지방 정부와 및 군인 등을 포함한 전체 공무원 수는 약 168만 명, 인건비는 약 80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자료만 보면 적지 않은 국민들은 크게 하는 일도 없는 공무원이 너무 많고, 이들을 위해 80조 원의 인건비를 낭비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사회는 공무원 조직을 운영하는 비용의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매년 1%씩 공무원 정원을 감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추가로 공무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자연 감소분이 매년 그 쯤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따로 할 일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문제는 공무원 숫자가 감소한 이후에 업무 효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업무효율은 컴퓨터처럼 메모리나 하드 디스크를 업그레이드해서 성능을 향상시키는 과정과 같지 않다. 복무기강을 바로잡고 업무 역량을 높이는 교육 등은 극히 제한적인 효과에 불과할 뿐 실제로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그 조직의 시스템을 개선할 때 가능한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얼마나 조직 시스템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의 공백이 없게 할 것인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예컨대,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은 대략 3800여명 되는데, 1%가 감소한다면 매년 38명씩 해서 분모가 줄어드는 것을 가정해도 5년간 최대 200여명 내외가 줄어든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공무원 200여명을 줄이는 것이 일명 철밥통을 잘라 복무기강을 바로잡는 훌륭한 정책으로 봐줘야할지 매년 상승하는 200여명의 인건비와 연금을 줄여 절세한 효과로 봐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1990년대 국내 인구는 4287만 명이었고, 2020년에는 5184만 명으로 증가했다. 인구가 늘고 복지와 민원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공무원이 느는 것은 당연한 순리였다. 이러한 논리는 인구가 향후 감소하기 때문에 공무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장담하건데, 인구가 줄어들어도 민원과 복지수요의 총량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공무원을 줄이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민도 필요하다. 법에 근거해서 업무를 하는 공직사회의 구조상 민원인들의 불편함과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 나 또한 민원처리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공무원을 철밥통과 세금이나 축내는 조직으로만 인식하는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실제로 업무상 세종·과천 청사 등에서 만난 그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바쁘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공무원 인건비가 80조 원이라고 해도 소득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합하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다시 세금으로 국가에 되돌아 올 것이다. 공무원 인건비를 줄여 세금을 아끼겠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공무원의 업무역량과 시스템을 개선해서 민원인들에게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국가의 세수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현재 공직업무의 중요성과 우선순위 및 업무의 경중을 치밀하게 평가한 후에 부족한 부서에는 인원을 더 보충하고, 그렇지 않은 부서는 재배치하는 노력을 선행한 다음에 인원을 줄일 것인지 늘릴 것인지 발표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매년 1%씩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일을 추진하게 된다면 민원 공백이나 일부 부처에 업무가 가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언론 보도를 보면 각 부처 여기저기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농업분야는 타 업종에 비해 품목당 숫자도 많고, 생산 방식도 다양한데 반해 경제규모는 작지만, 서민들 장바구니 물가를 결정하고 삶의 질을 좌우하는 주요한 산업이다. 그 어떤 산업보다 인력 수요가 많은 산업이 농업인데, 공무원 감축이 농업계의 민원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을지 걱정된다. 국가농식품통계 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31만 여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다. 이는 국가 전체 기업 숫자가 788만 개 정도 되고, 삼성전자 1개소의 사원수가 11만 명이 넘는 것과 비교할 때 농업은 타 산업에 비해 사업체 숫자의 비율은 높고, 사원수는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 보다 물가와 식량 안보가 중요한 시기에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 1%를 줄여서 재배치한들 더 나은 농정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오히려 민원업무가 가중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소위 말하는 먹고 노는 철밥통 공무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투입될 실무인원만 줄어드는 결과가 될까 우려된다.

그러므로 공직기강을 다잡고 민원인들의 어려움을 내일처럼 챙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자동화하는 등 관련 시스템을 계속해서 정비함으로써 공무원 감축이 대민업무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더 만족스러운 민원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소득 증대를 극대화 하고 이를 통한 세수를 증대하는 것이 지금 당장 절세하는 것 보다 더 나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은 공직자들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민원인들이 화가 나는 이유를 공직사회가 모를 리 없다고 생각된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공직사회의 뼈저린 반성 또한 필요하고, 민원인들에게 공적 업무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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