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물가가 초비상이다. 전 세계가 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2~3개월 지속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정부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물가관리를 위해 매일 차관과 식품실장 주재로 일일 점검회의를 하는가 하면 지난 6월부터는 전담조직인 농식품 수급 상황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고물가 상황에서 아이러니한 품목이 있다. 바로 쌀이다.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오로지 쌀값만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5일 20kg 정곡 기준 산지 쌀값은 5만5107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 결과 올해 7월 25일에는 4만3918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세 차례나 시장격리 조치를 취했지만 떨어지는 쌀값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를 두고 말이 많다. 바로 시장격리 조치 시기와 물량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장격리가 필요하다는 농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이슈로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선제적 시장격리의 필요성이 집중 제기됐지만 정부는 신중론을 폈다. 그러다 산지 쌀값이 수확기 대비 5000원이나 떨어진 2월에 이르러서야 공개 경쟁입찰에 나섰다. 그러나 한번 하락하기 시작한 산지 쌀값은 브레이크가 없어 보였다. 시장격리 물량도 앞선 두 차례에 걸쳐 27만톤을 격리했지만 현장에선 추가로 15만톤 격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지만 10만톤 격리에 그쳤다. 

이러는 사이 산지농협들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RPC를 운영하면서 적자가 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산지 쌀값이 최악이라던 2016년에도 적자는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다. 산지농협의 손실은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또 적자를 안고 있는 농협들이 올해 수매가를 제대로 쳐주지 못하면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쌀값 하락을 단순히 농협들의 적자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쌀값 하락이 올해에만 그친다는 보장은 없다. “다른 농산물은 중장기 대책이라도 있는데 유독 쌀은 (중장기 대책이) 없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물음에 정부가 답을 해 줘야 한다.

김영민 농정팀 기자 kimym@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