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일본 수출 비중 높은 곳
총 수출액 줄어드는 ‘착시’
최고등급 받기 어려워

 

원화 가치에 비해 달러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엔화는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통합조직에 대한 평가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수출 단가가 오르고 수출 물량이 비슷해도 환율에 의해 총 수출액이 줄어드는 착시현상으로 평가등급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올해 원엔 환율은 3월 28일 1000원 아래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6월 23일 13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지난 1일까지 엔저 현상과 달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평균 원엔 환율은 1042원, 달러는 1144원 수준이다.

문제는 평년과 다른 환율 흐름이 지속되면서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통합조직은 정부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4년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에 대비해 수출통합조직을 육성하고 있으며 평가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

정부의 ‘2022년 농식품 수출통합조직 육성사업 운영지침’을 보면 평가 기준은 크게 △수출통합조직 체계 활성화 노력 △수출통합조직 역할 수행 정도 △수출통합조직 성과다. 이중에서 수출통합조직 성과는 계량 평가 항목으로, 총 수출액과 수출 단가 등에 따라 점수가 주어진다. 총 수출액이 최근 3개년 평균 실적보다 증가해야 하고, 수출 단가도 지난해보다 상승해야 점수를 높게 받는 식이다. 특히 최고등급인 ‘최우수’를 받기 위해선 총 수출액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환율 흐름으로 인해 수출액에 착시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평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수출통합조직의 이야기다. 같은 단가에 동일한 물량을 수출해도 환율 차이로 인해 총 수출액이 줄어든 것처럼 집계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우수 등급은 우수로, 우수 등급은 일반 등으로 한 단계씩 낮게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김갑배 파프리카 수출통합조직(KOPA) 팀장은 “올해 5kg 기준 파프리카 단가는 1775엔으로 전년 대비 20엔 이상 올랐다”며 “수출 물량도 비슷하지만 환율 때문에 수출액이 1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는 등 평가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절화류 수출통합조직(K-FLORA) 사무국장도 “일본으로 수출하면 판매대금이 엔화로 지급된다”며 “환율 때문에 총 수출액이 줄어들어 해당 항목에서 점수를 못 받으면, 최우수로 평가될 등급은 우수로, 우수로 평가될 등급은 일반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출 단가가 100엔이라면 지난해 평균 환율 기준 원화는 1042원, 수출액은 0.91달러(원달러 환율 기준)로 기록된다. 그런데 최근 환율을 반영하면 원화는 980원, 수출 실적은 0.72달러로 수출액이 줄어든다. 수출 단가가 110엔으로 기존 대비 10% 오르더라도 수출 물량이 같다면 수출액은 0.79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엔화로 대금을 받는 경우 원화로 우선 환산하고 달러로 또다시 환산하면서 수출액이 더욱 줄어든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엔저 현상으로 내수 대비 수출 단가가 낮아졌다는 점도 농산물 수출에 있어 불안 요소다. 수출 대비 내수 단가가 높은 상황에서 지원금마저 줄어들면 농가를 수출로 유인할 요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경원 절화류 수출통합조직 사무국장은 “장미 1본당 수출 단가가 내수보다 약 174원 낮아 수출 물량 확보에 애로가 크다”며 “현실과 맞지 않는 평가기준은 변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방중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임산수출부 차장은 “최근 정부 기조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규제를 완화하자는 방침”이라며 “해당 부분의 애로점을 공감하기 때문에 수출통합조직과 소통을 통해 운영 지침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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