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주량

[한국농어민신문] 

적합지 찾기 어렵고 비용 등 단점 불구
전 세계적으로 도시농업 확장일로
뉴욕·몬트리올 등 성공사례 주목할만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업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 땅이 좁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에서 농업을 하는 것이다. 주된 목적에 따라 생산목적의 농장(farm)형과 관상목적의 정원(Garden)형으로 나눌 수 있다. 

도시농업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었다. 문헌에 따르면 페르시아의 사막도시에서는 오아시스에 수로를 건설하고 도시의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하여 일반 농지와는 차별되는 도시만의 농업을 했다고 전해진다. 페루의 고원도시 마추픽추에서도 계단식 건축과 정밀한 수로기술로 물을 관리하고 태양빛을 모아서 채소와 식량 밭을 일구었다고 한다.

도시농업은 개인의 취미로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국가의 생존전략이 되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 윌슨 대통령은 식량 공급 차질과 수입 중단에 대비하여 미국 전역에 500만개의 도시농장을 마련하여 5억 파운드 분량의 농산물을 수확해 냈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정부 조직으로 전쟁식량청(War Food Administration)을 설립하고 승리정원 프로그램(Victory Garden Program)을 전개하여 한해 9억 파운드 분량의 과일과 채소를 도시농업에서 생산했다. 이는 당시 미국 내 원예작물 생산량의 44%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쿠바의 도시농업 사례는 더욱 유명하다. 쿠바는 소련붕괴 전까지 소련에 설탕을 수출하고 농업에 필요한 연료와 농약을 수입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하고 소련과의 무역이 중단되자 농업에 필요한 연료와 농약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냉전 중이던 미국은 쿠바와의 무역을 거절하고, 쿠바를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식량을 활용했다.

쿠바는 심각한 식량위기에 처했고 쿠바국민들은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중적 도시농업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쿠바의 도시농업을 위한 새로운 농법과 시스템이 생겨났고, 오늘날 쿠바는 석유기반 투입물이 없는 유기 도시농업 국가로 안착했다. 2010년 기준 쿠바는 1만4000ha의 도시농장에서 300만 톤의 식량을 생산했고 수도 하바나의 신선 농산물의 90%는 도시농장에서 생산된다. 지금은 30만 명 이상의 쿠바인이 도시농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을 정도이다.

도시농업의 장점은 국토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생물다양성 보전, 기후조절, 대기정화, 토양보전, 공동체 소통, 농촌문화 체험, 정서함양, 여가지원, 교육과 복지, 심신안정, 탄소발자국 축소, 에너지절약 등 매우 다양하다. 규모를 조금 키우고 안정적 판로를 개척하면  상업적 이익도 가능하다. 더욱이 최신 개발되는 스마트농업 기술은 도시농업의 기술성과 경제성을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의 도시농업은 확장일로에 있다. 뉴욕시는 지난 15년 동안 전 세계적인 도시 농업의 실험실이 되었다. 2007년에는 뉴욕 시장 직할의 식품정책실에서 도시농업을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고 보조금 프로그램도 도입하였다. 2010년부터는 뉴욕의 공립학교 학생들을 위하여 도시농업 체험 프로그램인 ‘기르면서 배우기(Grow to Learn)’를 운영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오늘날 800개가 넘는 도심정원으로 성장했다. 

몬트리올에서는 2020년 8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을 개설했다. 이 농장은 도심 외곽의 버려진 물류창고 옥상을 이용하여 축구경기장 3개 크기인 1.5헥타르로 조성됐고 만 명의 몬트리올 시민에게 농작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 농장 이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은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  

도시농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지역의 지대(땅값)가 워낙 높기 때문에 적합지를 찾기 어렵고 조성에 많은 비용이 든다. 관개관수를 조금만 소홀히 하면 수인성 작물병 오염이 확산 될 수도 있다. 도심 내에는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황 농도가 높기 때문에 작물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중금속이 작물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지속적인 연구에 의하여 인과관계를 밝혀내고 대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50년 전만 해도 도시인구의 90%는 농촌 출신이었지만, 이제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절대다수가 되었다. 이들은 식량이 아무 어려움 없이 당연히 허락되는 것이라는 인식은 강하고 농촌공간에서의 정서함양과 농업가치에 대한 인식은 약하다. 하지만 농업과 농촌은 사람과 절대 분리될 수 없고 분리되어서도 안 된다. 사람의 인생이 농촌에서 시작하는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농업이 도시로 향하는 도시농업의 시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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