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전통주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리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시장 확장에 문제도 발생했다. 시장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다. 법적으로 전통주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는 국가무형 문화재나 식품명인이 만드는 민속주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만든 지역특산주가 포함돼 있다.

문제는 지역특산주에서 나타났다. 지역특산주 제조업체들이 소비자 기호에 맞춰 진이나 사이다(사과발효주) 등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 같은 외국에서 유래된 술이 전통주 범주에 포함되는 바람에 혼란과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또 대중들이 흔히 전통주라고 알고 있는 대형주류제조업체가 생산하는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등이 지역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았고, 회사의 형태가 영농조합법인이 아닌 까닭에 ‘전통주 등’ 즉 일반주류로 분류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통주 업계에 얽혀 있는 이해관계 때문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사실 전통주 개념 재정립 논란은 2010년 ‘전통주 등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 때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대형주류업체가 만드는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등이 전통주에 포함되면, 지역특산주와 민속주가 받고 있는 세금감면과 인터넷 판매 등의 혜택을 대형주류업체도 누리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통주 업계에서는 개념 재정립을 반대했다. 

전통주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농식품부가 최근 전통주 산업발전 포럼을 열어 전통주 개념 재정립을 포함해 여러 케케묵은 현안을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그동안 늘 엇갈렸던 전통주 업계의 주장이 포럼에서 논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포럼에서 업계 다수가 찬성한 방안은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에서 분리하고, 대형주류업체가 만든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등을 전통주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단, 혜택의 경우 지역특산주는 영세업체 보호와 육성을 위해 그대로 가져가되, 대형주류업체가 만든 전통주에는 혜택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다는 방안이다. 

포럼을 취재하며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대중이 전통주에 관심을 가질 때 다음 단계로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을 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도 개념 재정립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었다. 부디 이번에는 10년 넘게 끌어온 전통주 개념 재정립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다음 발전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안형준 식품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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