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호 홍성의료생활협동조합 우리동네의원 원장

[한국농어민신문] 

농어촌 문제는 지역마다 환경과 자원이 다르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군 단위 지역에도 심장센터가 있는 의료원이 있는가 하면, 마을에도 지역아동센터나 주간보호센터가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같은 군 안에도 차로 30분 안에 의료원에 닿을 수 없고, 고령자만 남아 있어 더 이상 새로운 활동이 어려운 마을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봤을 때, 농어촌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마을주치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마을주치의는 단순히 대통령주치의처럼 개인의 건강을 담당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의 자원과 주민의 필요에 맞춰 마을사람들의 건강을 고민하는 역할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있으면 더욱 좋다. 다행히 우리는 보건진료소가 농어촌 지역 구석구석에 있다. 실제로 보건진료소가 하는 일을 보면 ‘마을주치의’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료소 근무인원은 고작 진료소장 한명에 불과하고, 진료소장은 보건·진료활동은 물론 방문활동까지 혼자서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 같이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는 진료소와 진료소장에게 애정과 믿음이 깊어 참여와 활동으로 돕지만, 고령화로 이것마저 점차 어려지고 있다.  

이에 얼마 전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원주 사제진료소장님과의 인터뷰(▶5월 20일자 16면 "의료 사각지대 있는 사람들 대부분 복지 서비스도 필요")기사에 공감이 간다. 진료소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보건이나 복지 관련 인력이 추가되면 어떨까. 농어촌 지역의 협동조합들도 적극적인 마을건강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지역조합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마을단위, 면단위로 상황과 자원을 살펴보고, 주민들의 필요를 찾을 수 있다. 

농어업과 관련된 질환관리도 협동조합이 중심이다. 농어민은 평생 활동하는 프로운동선수처럼 생각해야한다. 프로선수들도 최고의 성적과 오랜 선수생활을 위해 치료사를 두고, 강화운동과 재활운동을 하고, 적절한 보호대를 사용하는 것처럼 프로 농어민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치료센터가 면마다 있으면 어떨까. 

특히 마을주치의가 있는 것은 농촌지역의 인구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귀농·귀촌인들이 지역 주소를 이전하기 위해 지역 면사무소에 방문을 하면, 면사무소를 통해 마을주치의기관의 연락처를 받고, 마을주치의 통합건강상담을 받도록 안내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통합검진에서는 귀농·귀촌인들의 질병과 검진여부를 확인하고, 지역의료기관과 지역검진센터를 안내하면 좋을 것이다. 막상 농촌에 오면 어느 병원을 가야할지 막막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귀농·귀촌과 상관없이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검진항목도 추가돼야한다.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에 병원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전에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검진항목의 비용효과는 다르게 평가해야한다. 농어민 안전공제처럼 50~60대 농어민에게는 기존 검진에 위험에 따라 고지혈증검사, 경동맥초음파를 비롯한 뇌 MRI나 심혈관 CT검사를 제공하면 어떨까. 

농촌의 건강문제는 오랜 시간 농어촌을 지키며 식량을 만들어준 사람들의 행복과 농촌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도시와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농어촌 마을주치의’ 논의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농촌을 더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활발히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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