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김치와 한복, 갓에 이어 인삼도 중국에서 자국이 원조라고 우기게 될까.

올해 6월까지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급락한 인삼업계를 찾아 취재하며 든 생각이다. 최근까지 인삼 수출실적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상하이 지역을 봉쇄한 여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소비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실적이 줄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중국삼의 생산 확대 등으로 인해 수출 부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들렸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건, 중국에서 자국산 인삼도 ‘고려삼’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국 인삼만 고려삼으로 표기할 수 있는 규정이 느닷없이 바뀐 탓인데, 북위 30~48도까지 생산되는 인삼을 모두 고려삼으로 표기 가능토록 중국 당국이 2021년에 변경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생산되는 인삼만 고려삼으로 인정한 데서 중국의 랴오닝성과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을 포괄하는 범위로 넓힌 것이다. 

여기서 김치와 한복, 갓이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니다. 중국에서 우리 김치를 쓰촨성의 전통식품인 파오차이의 일부라며 왜곡하는 문화공정을 겪었고, 한복과 갓도 자국이 기원이라고 억지 주장하는 행태를 봐온 탓이다. 중국삼도 고려삼으로 표기가 가능해짐에 따라 소비자 인식혼동으로 인삼 수출에 타격은 물론 종주국으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이유다. 

우리 인삼업계에서는 이에 대비해 고려삼의 해외 지리적표시 단체표장등록을 하고 있다. 중국 인삼이 다른 국가에서 고려삼으로 홍보, 판매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 7개국에는 등록이 완료됐으며 8번째 국가로 인도네시아 등록을 앞두고 있다. 유네스코에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주국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뛰어나다는 입증도 필요하다. 우리 인삼과 여타 국가 인삼의 차별점을 역사성뿐만 아니라 건강 기능적으로도 강조할 수 있어야 품종 유사성에 따른 홍보, 판매로 인한 소비 부진을 방지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업계에서 해외 기능성표시 식품제도 등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김치의 날이 미국의 여러 곳에서 속속 제정되고 있다.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중국의 김치 문화공정에 대응해 ‘한국이 원조’임을 알리고, 이를 해외에서 인정한 기분도 든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 것을 우리 것이라고 알려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프게도 느껴진다. 인삼도 나중에 김치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인가. ‘타산지석’이라는 말처럼 앞선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우려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길 바라본다. 

최영진 글로벌수출팀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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