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김경미

[한국농어민신문] 

국민 피부로 느끼는 복지수준 향상
농장 사회적 기여 높이고 소득 제고
지역사회 복지-고용-성장 선순환 기대

“우리는 그동안 농촌진흥청은 알았지만 함께 할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농업기술센터나 농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니, 신기하고 놀랍기만 합니다.”나주 명하쪽빛마을에서 만난 전남사회서비스원 원장님의 인사말이다. 이 마을은 쪽염색 명가를 중심으로 마을 산책과 명상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연구와 시범사업을 통해 치유프로그램 적용에 따른 효과 분석을 지원한다. 농촌관광을 하는 국민의 주요 목적은 일상 탈출, 건강관리와 치유(힐링)(농촌진흥청, 2022)인데, 지난 6월 프로그램은 사회서비스원 종사자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고객에게 치유농업 서비스를 적용해도 좋을지 평가하는 과정이었다.

2021년 3월 법률이 시행되면서 탄력을 받은 치유농업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 증진은 물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활과 고용, 사회적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그러나 여건상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은 곳 중 하나가 사회서비스원이다.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품질 향상으로 지역주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체험활동, 건강과 정서지원 사업 등 직무 스트레스 감소와 심리적 안녕감을 높이는 소진예방지원사업이 좋은 예이다. 

그러므로 치유농업과 사회서비스의 방향이 일치하며, 상호 협력하여 수요자에게 적합한 사회서비스 제공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즉, 사회서비스 이용고객의 요구와 특성을 반영하는 맞춤형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동일한 재정지출로도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물론 치유농업 서비스 환경과 콘텐츠, 제공인력의 전문성 등은 보완해가야 하겠지만, 유럽의 일부 국가에 비해 우리는 아직 개인적인 관계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협력경험은 중요하다.

그러면 농업기술센터가 복지기관과 협력하여 지역주민에게 치유농장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 먼저 치유농장 입장에서, 농장주는 서비스 이용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서비스 내용을 어떤 고객에게 맞추어야 할지 판단하기 쉬워지며, 고객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이용자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복지비용으로 일부 지원받을 수 있어 치유농장 서비스를 장기간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농가의 수익구조도 예측 가능해진다. 서비스의 품질 관리와 개선 방향이 명확해진다.

사회서비스 기관은 아동, 가족, 노인,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고객의 요구와 문제에 맞는 활동과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치유농장 정보 획득이 쉽다. 진입로, 활동공간, 경관 등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농장환경 조성기준을 제시하여 참여자 안전과 만족도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 제시가 가능하고, 불만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이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관과 협력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농촌진흥기관이나 농장을 개별적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복지기관을 통해 치유농장 방문 등 치유농업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국가와 지역사회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에 치유농업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써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복지수준 향상, 지역 내 공공 및 민간기관·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지역 내 복지자원의 총량을 확대함으로써 공공복지의 한계를 보완, 농장에서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농장도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동시에 복지사업비가 농장의 새로운 수입원이 되는 등 지역사회 경제의 복지-고용-성장 선순환에 기여하면서, 재정투자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업을 해야 할까? 대부분 농업기술센터와 시·군·구 복지기관은 서로의 역할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각각의 고객에게 분리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니 농업기술센터가 먼저 시도해보자. 협업 추진절차는 치유농장 선정과 운영자 교육, 농장 특성과 프로그램 분석, 전문가와 연구회 등 치유농업 서비스 준비 수준을 점검한다. 핵심고객 선정, 고객에 맞는 치유농장, 원가 산정, 지원그룹(자원봉사자) 및 운영인력(치유농업사 등), 프로그램 등 치유농업 실행역량을 파악한다. 핵심고객 관련 정책/기관정보 탐색, 협력 파트너(협력기관, 협력기관 담당자)와 예산 확보, 핵심고객 치유농업 서비스 설계, 서비스 제공 및 평가, 개선계획 및 지속방안 마련 등 치유농업 협업모델 실행과 평가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번에 농촌진흥기관과 사회서비스원이 협업하는 명하쪽빛마을은 프로그램 평가를 토대로 조달청에도 상품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그동안 지역주민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연계점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던 만큼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염색 명가의 자녀를 포함한 청년이 마을 운영에 참여하고, 사회복지사(2급)인 젊은 사무국장도 최근 치유농업사(2급) 자격을 취득하였다. 마을대표는 농장과 고객의 관계 맺기에 대하여 이해하고, 청년과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 농가나 마을이 꾸준히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부 방문객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이 꾸준히 이용하도록 돕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번에 농촌진흥기관과 사회서비스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시도하는 치유프로그램은 농가와 마을,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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