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용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장

[한국농어민신문] 

많은 농업 연구자가 농산물의 생산량을 높이고 품질을 좋게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품질 좋은 농산물은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 게다가 생산성까지 높아진다면 당연히 농가 소득은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가 작업자의 편의성과 생산성 증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가능하게 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쏟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더라도 ‘수확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버려지게 되는 데도 말이다.

손실만 줄여도 소득 증대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농산물 수확 후 손실은 30~40%이다. 이 손실되는 부분을 줄이면 판매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소득증대는 당연히 따라올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얼마나 고품질 상태를 유지해 저장했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수확후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수확 후에 농산물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농산물은 살아있는 생명체로 수확 후에도 호흡을 계속하는데, 이때 산소를 사용하고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또한, 증산작용에 따른 수분 감소, 노화를 촉진하는 신진대사 산물인 에틸렌 발생 등 활발한 생리작용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이 호흡하기 좋은 환경은 온도가 높은 상태다. 따라서 고품질 농산물을 보관하려면 호흡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산소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저산소에서도 저장이 가능한 기체환경 조절기술, 농산물에서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습도 조절기술, 에틸렌 발생 최소화를 위한 저온환경 구축 등을 활용한다.

농산물 저장기술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저온저장고부터 필름 포장재를 씌워 습도를 유지하고 산소 소모를 억제하는 MA포장기술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선진국에서 주로 활용되어오던 CA저장기술이 국내에서도 개발돼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이 숨이 멎지 않을 정도로 호흡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일반 저온저장고보다 저장 기간이 2배 정도 길어 고품질 농산물 저장과 출하가 가능하다. 물론 자연스럽게 수확 후 손실도 줄어들게 된다.

가공·선별기술로 가치 높여

품질을 유지해 농산물 손실을 줄이는 저장기술 외에도 수확후관리 분야에서는 가공, 선별기술 등으로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매실의 경우, 생과보다 부가가치 높은 가공품으로 유통하려면 씨 제거와 과육 절단이 필수인데 이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 사례가 있다. 또한, 크기, 무게, 색상 등의 선별을 넘어 내부품질, 즉 당도, 산도까지 판정해 등급을 매김으로써 고품질 농산물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소비자 기준이 더 엄격해짐에 따라 식품 안전까지 보장한 선별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수확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농산물의 손실은 줄이고 부가가치는 높여 소득을 늘릴 수 있다. 잘 생산한 고품질 농산물을 최상의 상태로 소비자 식탁 위에 올리는 일이기에 ‘제2의 생산’이라고 부를 만하다. 수확후관리로 농가에는 소득증대를, 소비자에게는 더 안전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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