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정부가 수입 쇠고기에 대한 무관세 적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산비 급등과 가격 하락세로 어려움에 처한 한우농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수입 쇠고기에 대한 무관세 적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산비 급등과 가격 하락세로 어려움에 처한 한우농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엔 쇠고기 차례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내세워 지난해 계란, 올 상반기 돼지고기에 이어 수입 쇠고기 할당관세(무관세)를 연말까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입 쇠고기에 대한 10%대의 관세는 오는 7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무관세가 적용된다. 대상물량은 10만 톤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생산비 상승과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한우농가들은 소비자 체감 효과가 적은 무관세 적용 정책이 쇠고기 수입·유통업체만 배불리는 한편 쇠고기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쇠고기 할당관세 카드, 왜?

수입단가 전년비 34% 오르자
관세율 철폐로 물가 안정 추진
7월 20~12월 30일, 물량 10만톤

aT의 농식품수출정보 통계에 따르면 ㎏당 쇠고기 수입 단가는 지난해 6.81달러(5월 기준)에서 올해 9.13달러로, 약 34%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HS 코드상 수입 물량이 가장 많은 ‘뼈 없는 냉동 쇠고기’의 ㎏당 수입 단가는 지난해 5.67달러(5월 기준)에서 올해 7.47달러로 31.7% 올랐다. ‘냉동 갈비’도 5.96달러에서 약 54% 치솟은 9.18달러, ‘뼈 없는 신선·냉장 쇠고기’는 28.8% 상승한 14.15달러에 거래되는 등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수입 쇠고기 단가가 크게 올랐다. 쇠고기 수입량에서 위에 언급한 3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7%에 달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관계자는 “국내도 기름값, 인건비 등 오르지 않은 항목이 없지 않느냐. 쇠고기 수출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단가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관세 카드 검토는 여기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10.6%, 호주산 16%, 뉴질랜드·캐나다산 18.7%인 쇠고기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철폐하면 소매가격 하락과 소비자 물가 안정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8일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이 같은 부분이 언급됐다. 이날 회의자료에 따르면 수입 쇠고기의 6월 물가상승 기여도는 0.10%p로 나타나는 등 돼지고기와 함께 식료품 중 물가기여도가 가장 높아 서민 식료품 지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서민 생활식품 물가부담 완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육류 공급 촉진방안이 필요하다.

반발하는 한우업계

사룟값 등 생산비 급증 불구
한우 도매가격은 되레 떨어져
“수입산 안정에만 꽂힌 정책
소비자 정책효과 체감 의문”


생산자단체는 11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기자회견 개최를 준비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삼주)는 6일 성명서에서 “사료값 폭등으로 한우 1마리당 생산비는 1000만 원을 넘었다. 반면 도매가격은 오히려 11% 떨어졌다. 수입육과 다르게 한우농가는 생산비가 올라도 판매가를 올릴 수 있는 가격결정권이 없다. 중소 농가들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소를 출하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쇠고기 수입단가가 사료비와 유가·물류·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약 40% 올랐으니 무관세로 낮춰 물가안정을 꾀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당 한우 평균 산지가격은 지난해 2만1169원(등외 제외)에서 올해 1만9621원(1~6월 평균가)으로 7.3% 떨어졌다. 생산비 급등에 따른 수입 쇠고기 가격 상승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수입 쇠고기에 대한 무관세 적용은 한우농가들의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우협회는 “수입산 품목의 물가 안정에만 꽂혀 탁상머리 정책을 펼친다면 이 정부가 과연 공정하고 상식적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라며 “한우가격은 곤두박질치고 한우농가들의 연이은 폐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우농가들은 할당관세 인하가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올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수입·유통업체들만 배불리고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 하락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유류세를 줄였지만 소비자들은 기름값이 내렸다고 느끼지 못한다. 즉, 관세를 낮추면 그 효과를 소비자들은 체감해야 하는데 수입 쇠고기의 할당관세를 내려도 과연 각종 비용이 오른 유통·외식업체가 가격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즉, 소비자가 아닌 그들만 혜택을 보고 한우농가들은 피해를 보는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소비자가 혜택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가격이 오른 품목에 대한 할인쿠폰 발행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한우협회도 “소비자들에게 직접적 혜택이 없는 무관세 검토는 (정부가) 수입산 쇠고기 소비를 확대·장려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우협회는 각종 생산비 상승으로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사료인상차액분 보조, 농가 사료구매자금 무이자 지원, 상환기간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확대, 사료가격안정기금 조성 등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한 사료값 안정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우농가들은 지금도 폭등하는 사료값에, 생산비를 한 푼이라도 낮추기 위해 눈물과 땀으로 현장에서 허덕이고 있다”며 “정부가 농가를 외면하고 수입산 쇠고기에 대해 무관세를 강행한다면 대정부 투쟁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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