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대표적 수박산지 충북 음성
농협 출하 땐 스티커 안 붙이고
도매시장 보낼 땐 일일이 작업

상품가치 상승 등 긍정요인에도
노력 대비 경락가는 비슷 ‘불편’ 

충북 음성지역은 대표적인 수박산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박은 크게 두 곳으로 출하된다. 농협공동선별장과 공영도매시장이다. 농협으로 출하할 경우 농민들은 수박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다. 수확 후 바로 농협으로 가져다주면 끝난다.

그러나 도매시장으로 출하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수박 한통 한통마다 스티커를 붙인다. 음성군 대소면 지역의 경우 ‘대소하우스’란 스티커를, 맹동면 지역은 ‘맹동수박’이란 스티커를 붙인다.

음성지역 수박은 가락동도매시장으로 많이 출하되는데 낱개 박스로 출하를 하든 콘티박스로 출하를 하든 동일하게 스티커를 붙인다. 이 일이 농민들 입장에서는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음성군 대소면 공선출하회 이재린 회장은 “가락동으로 갈 경우에는 일일이 다 붙인다. 손이 많이 간다. 수고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다 그렇게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가락동도매시장과는 다르게 출하되는 곳도 있다. 청주도매시장의 경우 농민이 하차를 하고 파렛트에 수박을 쌓은 다음 맨 위의 수박에만 스티커를 붙인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작업은 큰 시간이 필요치 않는다고 한다.

대신 수박을 경락받은 중도매인이 스티커를 달라고 하면 농민이 스티커를 전달해주는 형태가 많다고 한다.

농민들 입장에서 보면 스티커 작업은 별다른 소득 없이 품만 들어가는 일이다. 스티커를 붙인다고 해서 경락가를 좋게 받거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의 경우 경매 전에 수박을 무작위 선택해서 맛을 보고 경매에 참여한다. 스티커 부착 유무가 경매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유통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얘기다.

청주도매시장 경매사 김 모씨는 “수박 한 통을 깨서 중도매인이나 소매상들도 다 먹어본다. 오래 된 사람들은 수박 모양만 보고도 안다. 스티커는 경락가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농민들도 번거롭고 경락가에도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업을 왜 계속해야 할까? 농민이나 유통인 공히 소비자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소면 공선출하회 이재린 회장은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대소수박’을 알리기 위해서 붙인다. 마트에 가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할 때 대소수박이란 걸 알고 사면 더 많이 알려지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용희 충북원예농협 청주공판장장은 “마트나 과일상회에서 팔 때 스티커 붙은 것과 안 붙은 것은 차이가 난다. 시각적으로 다르다. 스티커를 붙이면 손님들은 상품가치가 더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음성군 햇사레유통센터에서도 농민들이 수박을 실어오면 선별을 한 후 센터 직원이 일일이 스티커를 붙인다. 대형마트 등으로 출하를 하는데 관행적으로 스티커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센터 최재민 차장은 “‘다올찬’ 이란 마크를 붙이는데 스티커가 없으면 소비자들은 원산지를 모른다. 고창 수박인지 음성 수박인지 모르니까 이름표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스티커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몇 년 전까지 수박은 T자 모양으로 꼭지를 남기고 출하됐었다. 꼭지에 은박지를 감아 모양을 내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런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예 수박꼭지를 제거하고 판매하는 대형마트도 있다.

수박뿐만 아니고 참외도 낱알마다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스에 출하처와 출하자가 다 표기 돼 있음에도 그렇게 한다. 농민들과 유통 주체들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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