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얼마 전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에 영화관을 찾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아무도 표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정된 자리에 앉아 달라’는 안내문만 붙어있을 뿐 표를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알고 보니 해당 영화관은 인력이 부족해 극장에 검표원을 두지 않는 자율입장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민망해진 나는 손에 쥔 영화표를 꾸깃꾸깃 주머니에 넣었다‘영화표를 검사할 사람이 없다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농촌에서도 언제나 인력이 문제다. 농가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농업은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농가 인구구조 변화에 다른 주요 대응정책과 향후과제’에 따르면 농업 인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최소한 현재 수준의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농업 인력 문제 해결은 시급한 과제다.

특히 젊은 농업인이 계속 줄고 있는데, 경영주 연령이 40세 미만인 농가비율이 2012년 1.6%(1만8000가구)에서 2021년 0.8%(8000가구)로 10년 만에 절반이나 감소했다. 부족한 인력에 대한 대안으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크게 늘었지만, 이마저도 미등록 외국인 등 비공식 고용이 많고 코로나19로 이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더 어려워졌다.

농업 인력이 외국인, 임시·일용직, 60대 이상 고령자 등의 노동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건 앞으로도 안정적인 농업 인력 확보는 어렵다는 의미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안 나오고 있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던 중 지난주 경북 영천에서 만난 한 청년농업인의 말이 떠올랐다. 

“자꾸 인건비가 올라서 안 된다는 얘기만 하는데, 인건비 올라가는 문제야 어쩔 수 없거든요? 저는 차라리 제 값 주고 제대로 일할 사람을 쓰자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농작업은 굉장히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일이에요. 농작업 인건비가 싸다는 건, 오히려 농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아닐까요."

농작업이 돈 안 되는, 그냥 허드렛일이나 하는 잡무가 아닌 정말 정교한 기술직이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굳이 외국인 노동자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농촌 인력수급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대신, 정부는 비싸진 인건비를 차액만큼 보전해주고, 또 농업기술센터에선 농작업 교육을 시켜주는 형태로 인력 구조를 발전시켜 가자고 제안했다.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인건비를 낮출 생각만 했지, ‘제 값 주고 제대로 일 시키자’라는 배짱 좋은(?) 말은 처음 들어봤다. 그러나 적어도 농업 인력난을 젊은 농업인 유입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이처럼 농업 인력난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먼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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