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폭우가 중부 산지를 휩쓸고 간 지난 7월 1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할당관세로 무관세가 된 캐나다산 삼겹살 매대 앞에서 수입산 할인행사를 연 업체에 감사를 표했다.  사진 출처=농식품부
폭우가 중부 산지를 휩쓸고 간 지난 7월 1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할당관세로 무관세가 된 캐나다산 삼겹살 매대 앞에서 수입산 할인행사를 연 업체에 감사를 표했다.  사진 출처=농식품부

홍남기 '수입 계란 소비자 호응 좋다' 자찬 이어
정황근 장관 캐나다 돼지고기 할인 현장서 '감사'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부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 우리는 정권이 교체된 것도 잘 못 느끼겠다.”

축산 농가들이 ‘데자뷔’를 느끼고 있다. 1년 만에 대형마트 축산 매대에서 수입산 홍보대사를 자처한 정부 고위 관계자를 다시 본 축산 농가들은 참담함과 함께 1년 전 느낀 답답함을 다시 상기하고 있다. 단지 품목만 ‘미국산 계란’에서 ‘캐나다산 삼겹살·목살’로, 이들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농가만 ‘양계’에서 ‘양돈’ 농가로 바뀌었을 뿐이다. 

1년 전을 돌아보면 당시 여름은 기록적인 무더위가 연일 생산 현장을 엄습했고, 축산 농가는 폭염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런 찜통더위가 정점에 이르렀던 8월 3일,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은 세종청사가 지척인 대전광역시 이마트 둔산점 수입 계란 매대 앞에서 수입 계란을 홍보했다. 이 자리에선 “수입 계란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좋다”는 자찬도 이어졌다. 결과론적으로 그 말은 틀렸다.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 이 수입 계란은 결국 또 다른 세금을 투입하며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기록적인 폭염이 엄습해 생산 현장에선 찜통더위와의 사투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8월 3일,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은 할당관세(무관세)로 들여온 수입계란 매대 앞에서 수입계란을 소비자에게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기획재정부
기록적인 폭염이 엄습해 생산 현장에선 찜통더위와의 사투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8월 3일,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은 할당관세(무관세)로 들여온 수입계란 매대 앞에서 수입계란을 소비자에게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기획재정부

또다시 돌아온 여름, 폭우가 중부 산지를 휩쓸고 간 7월의 첫날, 이번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세종청사 코앞인 세종특별자치시 이마트 세종점을 찾아 수입산 돼지고기 매대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캐나다산 돼지고기 할인행사를 연 업체에 감사를 표했다. 

‘판박이’였다. 1년 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후 정부 주도로 산란계에 대한 과도한 살처분이 자행됐고, 이후 정부는 할당관세(무관세)로 수입 계란을 대거 들여왔다. 

사룟값을 비롯해 치솟는 생산비에 신음하며 생산비도 제대로 못 건진 시기를 지나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돼지고기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한 달여 남짓, 그 짧은 기간조차 못 견딘 정부는 올여름 할당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들며 수입산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국내 시장에 들여오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농정부처 고위관계자들은 앞 다퉈 수입산 가공업체를 찾아 ‘수입 돼지고기를 많이 활용해 달라’, 수입산 축산물 매대에선 ‘수입산 축산물을 많이 먹어주십사’ 호소(?)하고 있다. 

 

국산 돼지고기 하락세 전환양돈업계 “달라진 게 없다”

그 사이 돼지고기 가격은 거듭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계속 인상됐던 사룟값은 올여름 다시 한 번 크게 뛰었다. 양돈 농가들은 6월의 마지막 날 발표한 8대 방역시설 의무화 등으로 시설비도 더 투입해야 한다. 하반기 이후 도산할 농가가 30%에 이를 수 있다는 관련 생산자단체(대한한돈협회)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아랑곳없이 ‘농축산물은 가격이 오르면 수입산으로 대처하면 된다’는 인식을 여실히 보여줘 농가 어려움에 ‘짐’까지 얹어주고 있다.

양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사룟값이 다시 인상되는 등 생산비는 급등하고 있는 사이 돼지고기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 이런 시기에 굳이 수입산 돼지고기를 왜 홍보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국내 생산 기반은 아랑곳없는 수입 축산물 장려 정책은 어느 정권이든 ‘도긴개긴’인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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