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출하 시작, 현장은 지금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2일 경기 화성 송산면에 위치한 송산포도 팜스토리 농장에서 조생종 품종인 '흑바라드' 수확이 이뤄졌다. 이완용 대표(사진 오른쪽)가 포도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22일 경기 화성 송산면에 위치한 송산포도 팜스토리 농장에서 조생종 품종인 '흑바라드' 수확이 이뤄졌다. 이완용 대표(사진 오른쪽)가 포도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조생종 포도인 캠벨얼리(캠벨)를 중심으로 포도 출하가 시작되고 있다. 샤인머스켓 등 중만생종 물량이 쏟아지는 8~9월까지 두 달여 남은 상황으로, 출발점에서 바라본 올해 포도 생산 분야의 큰 특징은 캠벨의 물량 감소다. 이유로는 샤인머스켓으로 품종을 전환한 면적이 많은 것으로 전해져 올해는 어느 해보다 ‘샤인머스켓 쏠림(과잉)’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력난 심화에 따라 알 솎기 작업 차질 등과 봄 가뭄과 앞으로 닥칠 장마 영향으로 인해 품위 편차도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캠벨 물량 감소, 출하 초반 분위기는

20일 기준 캠벨 2㎏ 2만6000원
영동·김천 일대 품종 전환 많아
물량 감소로 초반 시세 양호

산지와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6~7월 캠벨 출하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의 가격정보를 보면 캠벨은 이달 7일부터 시장으로 출하되기 시작해 20일 기준 2만6000원(2㎏ 상품)에 거래(경매)되고 있다. 2만원대 아래였던 과거 초반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물량 감소로 초반 시세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동화청과의 조한욱 경매사는 “현재 도매시장 반입 물량은 가온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 물량이기 때문에 많지 않지만, 캠벨 반입량 감소가 눈에 띈다. 2021년에도 캠벨 물량이 평년보다 적었는데, 올해 자체 반입량은 6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2%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서울청과의 경도훈 경매사도 “지금 출하 물량은 하우스 물량이라 많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 나올 비가림 시설 재배, 노지 재배 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라고 했다. 

캠벨 물량 감소의 주된 이유로는 샤인머스켓으로의 품종 전환으로 재배면적이 줄었기 때문인 점이 꼽힌다. 특히 올해의 경우 주산지인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 일대 산지의 품종 전환 사례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냉해·병충해 없이 작황 좋지만 날씨·인력·물가 등 걱정

장마 시작 ‘촉각’태풍 걱정도

일손 부족에 알솎기 등 작업 차질
샤인머스켓 품질 유지 애로

올해는 가뭄 여파로 비대기 생육이 좋지 않아 알이 작다는 것 외에는 일조량이 풍부했고 냉해나 병충해 피해 소식도 들리지 않는 등 전반적인 작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확철까지 지켜봐야 할 변수도 유난히 많다.  

경도훈 경매사는 “현재까지는 기상 여건 등 작황이 양호한데, 앞으로가 문제다. 장마하고 태풍 영향권에서 품위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고 생산량 변동도 있을 수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예상대로 샤인머스켓 물량이 늘어나면 소비 대란이 올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며 “물가 상승 국면이라는 점도 변수다. 샤인머스켓 가격이 고단가를 형성할 경우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부담될 수밖에 없는 등 소비 흐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경기도 화성에서 만난 송산포도 팜스토리 농장의 이완용 대표(화성 송산포도연합회 사무국장)는 “농촌 지역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인력난 심화도 샤인머스켓 품질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일손이 부족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보니 순 따기, 알 솎기 작업에 차질을 빚는 등 품질 유지에 어려움이 크다. 노지 재배이거나 고령 농민일수록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완용 대표는 “지역 포도 재배 농가 중에서는 봄철 날씨가 크게 가물었던 탓에 여름철 장마와 태풍이 극심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샤인머스켓 쏠림 심화 우려고품질로 소비자 신뢰 유지 숙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포도 재배면적의 67.4%를 캠벨이 차지했지만, 2021년에는 36.8%로 크게 줄었다. 반면 샤인머스켓은 2018년 7.4%에서 2021년 31.4%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재배면적 비중에서 샤인머스켓이 캠벨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산지에서는 ‘샤인머스켓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비가림이나 노지 재배의 경우 샤인머스켓 재배 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그동안 쌓아온 샤인머스켓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농가 입장에서도 유목에서 성목으로 넘어가는 기간이 3~4년 소요되는 만큼 이 기간 동안 고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종 전환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에는 최근 코로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치솟는 영농생산비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생산 농가들이 포도 타품종은 물론 다른 농산물에 비해 판매 가격이 월등히 높은 샤인머스켓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완용 대표는 “코로나 이전보다 생산비는 최소 30% 이상 늘었기 때문에 높은 가격이 나오는 샤인머스켓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농가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렇지만 포도나무에 맞는 시설이나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고품질의 결과물을 만들 수 없다는 점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믿음이 깨지면 샤인머스켓은 물론 포도 산업 전반에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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