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지난해 10월 15일부터
단 한 차례도 오르막 없어
수매가 대비 1만원 이상 뚝  

‘팔면 팔수록 손해’ 한숨
“재고 이대로 유지되면
올해 벼 수매도 캄캄” 위기

쌀값이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이다. 현장에선 지금처럼 추락하는 쌀값을 막지 못하면 3개월 후 올해산 벼 수매도 힘들다는 전망을 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 놓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15일 20kg 정곡 기준 산지 쌀값은 4만5534원이다. 매달 5일, 15일, 25일 기준으로 조사한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15일부터 단 한차례도 오른 적이 없다. 이 사이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시장격리를 실시했지만 추락하는 쌀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지에서 거래되는 조곡 가격도 40kg 기준 약 5만4000~5만5000원에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농협들이 수매한 가격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약 6만7000원 선이다. 당시와 비교해 1만원 넘게 떨어져 있다.  

한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대표는 “작년 수매 이후부터 (RPC 입장에선) 쌀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났다. 지금은 가격이 더 떨어져 올해 10월 본격적인 수매시기에 가면 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수매가에 비해 거래가격이 워낙 떨어져 있다 보니 현장에선 벼 거래가 될 리가 없다. 농협중앙회는 산지 조곡 거래 활성화를 통한 수급안정을 위해 오는 7월 31일까지 농협양곡을 통해 2021년산 원료곡을 매입하는 농협을 대상으로 연말에 벼 매입자금 지원을 우대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농협 RPC들이 현재 갖고 있는 재고도 많은 터라 원료곡 추가 매입이 쉽지 않는 실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다른 농협 RPC 관계자는 “(중앙회의 조치가) 좋은 조건이긴 하지만 재고가 있는 농협 RPC에서는 (원료곡을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쌀값 반등의 여지가 없는 암울한 분위기 속에 더 큰 문제는 3개월 후 진행될 올해산 벼 수매다. 현장에선 “지금의 재고가 유지된다면 올해 수매를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재고부담과 적자 누적이 커진 상황에서 농협들이 적정 수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겠냐며, 올해 10월 농협과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각에서는 농협들이 넘치는 재고를 감당 못해 투매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역 농협 RPC 대표는 “솔직히 지금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재고물량을 일정 부분 소진해야 당장 3개월 후 올해 벼 수매를 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일부에서는 가격이 더 떨어지면 투매를 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농협의 경영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인 농민에게 돌아간다. 농민도 우리(농협)도 정부의 신속한 결정이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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